면세점 평가기준 개정, 중소중견면세점는 "반쪽자리 개선안" 반발

앞으로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받으려면 임대료보다 재무구조 같은 경영능력이 중요해졌다. 그간 보세판매장 특허심사 평가기준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요구를 반영해 관세청이 새 안을 내놨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면세점 사업자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반쪽자리 개선안"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관세청은 보세판매장특허심사위원회(위원장 김갑순 동국대 교수)가 지난 31일 서울시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심사 평가기준 개선안을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평가기준 개선안은 신규특허와 갱신평가, 입출국장 면세점과 시내면세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특허의 각 특성을 반영해 평가기준을 수정했다.
먼저, 입출국장 면세점을 포함 중소중견과 대기업 모두 시설관리권자의 평가결과 반영점수를 기존 500점에서 250점으로 조정하였다. 공항공사가 지나치게 임대료 위주로 업체를 결정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경영능력 평가 비중이 기존보다 늘었다. 시내 면세점 일반경쟁의 경우 관리역량 배점이 기존 300점에서 350점으로, 입출국장 면세점의 경우도 기존 250점에서 350점으로 확대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내 면세점 제한경쟁 부문에서는 관리역량 배점이 300점에서 350점으로 늘어난 것은 일반경쟁과 동일했지만, 경영능력 부문도 기존 250점에서 350점으로 배점을 크게 늘렸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것을 반영해 재무구조에 방점을 두고 기준을 바꾼것이다. 대신 주변 환경요소 배점은 200점에서 130점으로, 사회환원 부문 배점은 250점에서 170점으로 크게 줄였다.
관세청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이번 개선안을 제시한 김정욱 KDI 규제연구센터장은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상생협력과 관광인프라 기여 부문을 대기업보다 낮춰줘 부담을 덜어주되, 안정적인 경영을 제고하기위해 경영능력과 관리능력 평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중견 면세접 사업자들은 '반쪽자리' 개선안이라고 반발했다. 한 면세점 운영자는 "재무재표를 강화해서 본다는 건 업계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이라며 "서울시내 면세점은 적자를 내지 않고는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 재무재표가 악화된 곳이 많다. 그런 '업력'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면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신규 업체들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대형 면세점의 '꼼수 입점'을 막지 못하는 한계점도 지적됐다. 앞선 김해공항 DF2 구역 면세점 심사에서 세계 1위 면세업체 듀프리의 한국 법인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SM면세점을 제치고 선정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성민 중소중견면세 협회장은 "재무건전성 쪽 배점을 올리면 재무제표가 좋은 대형 모기업을 둔 외국계 대기업의 면세점 신설법이 우회진입하는 꼼수가 합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정욱 규제연구센터장도 "제한경쟁은 대기업만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해외자본 신설 법인이 중소중견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