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자동차 산업 위기 속에 울산 경제를 지탱했던 석유화학산업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플라스틱과 섬유 등의 원료를 만드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의 A사는 지난해 10월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달 나프타 가격이 안정돼 겨우 숨을 돌렸다. A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연료 시장이 너무 불안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 중국 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미중 무역마찰 때문에 낙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불황으로 연초마다 회자되는 석유화학 업계의 '성과급 잔치'라는 말도 사라졌다. 울산지역 석유화학업체 직원들은 연초마다 많게는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부러움을 샀지만 올해는 업체 상당수가 성과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역 석유화학업체 B사의 한 직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회사 실적이 나빠져 성과급이 30~4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업계에서는 성과급이 절반까지도 줄어드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본부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울산의 수출 증가를 주도했던 석유화학제품 수풀이 수출이 올해는 감소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울산본부는 올해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 증가율이 -3.5%. 석유화학제품은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이 주력인 충북지역은 수출이 2016년 160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불과 3년만인 2018년에 232억달러를 기록함으로써 평균 21%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중 반도체의 비중은 40%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성장 둔화로 반도체 중심의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충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는 차세대 반도체 플랫폼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품질인증, 시험평가, 인재양성 등을 지원해 반도체 수출을 지원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혁신융복합단지 사업과 연계해 반도체 융복합 산업타운도 조성할 예정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몰려 있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공단)도 올해 수출 전망이 어둡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조사한 1분기 제조업 경기 전망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62로 나타났다. 특히 구미공단의 55%를 차지하는 주력업종 전기·전자는 63에 불과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 숫자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구미공단 기업 62%는 올해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가장 큰 이유로는 78%가 내수침체와 고용·노동 환경 변화를 꼽았다. 구미에는 있는 3000여개 기업 가운데 2000여개는 구미공단에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구미는 전체 기업의 88%를 차지하는 50명 미만 소기업 가동률이 3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구미공단의 수출도 지난해 258억98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8.4% 줄었다. 2013년 수출액이 367억 달러에 달했으나 5년 만에 1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충북 = 조한필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구미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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