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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킹덤` 김은희 작가 “전세계 공개, 꿈같은 일”
입력 2019-02-01 07:01 
김은희 작가는 꿈꾸던 `킹덤`이 제작된데 대해 몹시 기뻐했고,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제공| 넷플릭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제가 쓴 글이 영상화가 된다는 건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대본에 몇 백 억의 돈을 들여, 훌륭한 배우들이 그 대사를 말하고 연기하고, 누군가 그것을 본다는 게…정말이지 황홀한 일이죠. 특히나 ‘킹덤은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세상에 보여줄 일이 생길 거라곤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 믿기지 않아요. 정말 이게 무슨 일이죠?”
8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꿈을 이뤘다. 스스로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조선판 좀비물 ‘킹덤을 완성해 비로소 세상에 내놨다. 그것도 전 세계에. 이름 석 자 만으로도 기대감과 신뢰감을 주는, 김은희(47) 작가의 귀환이다.
세계적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 분)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25일 시즌1의 총 6개 에피소드가 모두 공개(190여개국 27개 자막)됐고 시즌2 제작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소원 성취한 기분이지만 너무 떨려서 반응을 제대로 못 보겠다”는 김은희 작가는 전작 ‘싸인도 그렇고 ‘시그널도 그렇고…처음 공개될 때마다 잘 못 본다. 역시나 ‘킹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긴장되서”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이번엔 게다가 해외로도 공개되다 보니 뭔가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시고 계신데 스스로 보기에는 (완성본을 열 번도 넘게 봤지만) 완벽하게 좋았던 부분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좀 더 잘 쓸 걸,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시즌2는 더 잘 해내고 싶어요.”
작품의 소재인 ‘좀비는 김은희 작가가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소재이자 장르였다. ‘좀비물은 B급 혹은 ‘완성도와는 별개라는 고정관념을 제대로 깬 ‘킹덤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다.
좀비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볼 때마다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탐 밖에 남지 않은 생명체잖아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죠. 역사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두 가지를 접목시킨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시대를 초월해 지배구조는 결국 돌고 도는 느낌이었고, 이 부분을 좀비란 소재에 녹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좀비 간의 식탐, 경쟁 구도가 ‘킹덤만의 차별점이죠. 쌀 한 톨이 아쉬운 시기에 존재하는 크리처로 좀비를 그리면 조선 시대 민초들의 아픔에 대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김은희 작가의 한국적 좀비물 `킹덤`.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란 플랫폼의 특성상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선보이는 만큼 한국적 소재, 유머 코드 등에 대한 고민도 컸단다. 김 작가는 일단 너무나 영상화를 하고 싶었던 작품을 마음껏 표현하고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복하긴 했지만 넷플리스에 (전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얘기를 쓰겠다고 말했다”며 우리의 얘기가 가장 재밌지 않을까, 나다운 대사를 쓰는 게 가장 재밌는 대사가 아닐까 싶었다. 오히려 외국인 분들이 봤을 때 더 색다르게 느낀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생각보다 수월하게 논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교적 세계관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단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신체 훼손이 불가능한 유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어요. 잔인한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좀비물이라 신체 절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문화적인 것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마친 뒤엔)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이례적으로 ‘시즌1 공개 전에 ‘시즌2 제작이 확정된데 대해서는 처음부터 계약한 건 아니었다. 하다 보니 시즌 2가 필요해졌다. 더 큰 얘기들을 해보고 싶다. 시즌1이 잘 되면 시즌3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다루지 못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즌1에 서비 역의 배두나 분량이 적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점은 시즌2에서 해소될 거예요. 원래 분량을 염두에 두고 찍는 편은 아니지만 ‘시즌2에서는 서비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량이 아쉬운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좀비마다의 병증이 다른 부분도 자세하게 설명될 예정이고요.”
김 작가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 연신 만족감을 드러내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킹덤 같은 경우는 2011년부터 생각을 했어도 공중파에서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에 만화로 먼저 냈어요. 그러다 넷플릭스의 접촉이 왔을 때, 소원을 성취한 느낌이었죠.(웃음) 무엇보다 창작자의 자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보장해준 점이 좋았어요. 가끔은 내가 너무 불편한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본 수정 요청이 없었거든요. 초반 걱정과는 달리 정말 편안하게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요.(인터뷰②에서 계속)"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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