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重, 대우조선에 2.5조 지원…산은 `조선통합법인` 2대 주주로
입력 2019-01-31 17:37  | 수정 2019-01-31 23:22
◆ 현대重, 대우조선인수 / 산은·현대重,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MOU ◆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선 조선업에 정통한 민간 주주의 책임경영이 필수조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1일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민영화와 관련된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은이 중간지주 형식의 '조선통합법인'을 신설해 이 신설법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동시에 자회사로 거느리는 방식이다. 신설법인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해 만든다. 물적분할한 현대중공업 중 신설법인이 중간지주사가 되고 사업법인은 중간지주의 자회사가 돼 영업을 계속한다.
중간지주 형태로 신설법인이 만들어지면 산은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주식 55.7%를 신설법인에 현물로 출자한다. 그 대가로 신설법인은 산은에 전환상환우선주와 보통주 등 약 2조1000억원어치 지분을 넘겨준다. 이렇게 되면 신설법인의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가 26%, 산은이 18%를 각각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대우조선은 신설법인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해 새로 발행한 주식을 건네준다. 또한 신설법인은 주식을 넘겨받은 대가로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추후 이 금액이 모자랄 경우 1조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 지원금은 신설법인의 증자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참여해 마련한 현금(예상액 약 1조2500억원)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산은은 "우리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현금으로 매각할 경우 금액이 지나치게 커 현대중공업이 동반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현물출자 방식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산은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제안 안건을 의결하고 매각에 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산은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이 같은 방식을 취할 경우 산은은 당장 대우조선 매각 이익을 현금으로 손에 쥘 수는 없다. 따라서 공적자금 회수가 이뤄진 거라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당장 대우조선 주식을 매각해 손을 떼겠다는 게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이 정상화되고 가치가 높아지는 시점이 되면 회수액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번 딜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법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영리한 조치'라는 평가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지금 시장에 곧바로 대우조선 지분을 매각할 경우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며 "산은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지분을 신설법인으로 바꾸어 보유하고 있다가 조선업이 활황으로 돌아서면 신설법인 지분을 비싸게 팔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으로 넘기는 이 같은 방식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산은은 앞으로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향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측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표명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양쪽의 거래 제안을 비교해 본 뒤 인수 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대우조선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5년 이후 대우조선은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통해 유휴생산능력과 고정비용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과거에 큰 손실을 가져다줬던 해양플랜트 설비의 인도 및 처리를 사실상 완료하고 상선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2016년 말 기준 554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22%로 대폭 감소했다. 또 영업이익도 2017년 7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는 3분기에 이미 7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채무조정, 자구계획 이행 등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며 "조선업 전문가가 아닌 산은이 관리하기보다는 민간 조선 전문가가 자율·책임경영을 통해 경영개선을 하는 게 훨씬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도 논의됐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잘 이뤄진다면 세계적 조선 공급과잉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측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본합의서 체결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본격적으로 친환경 기술 시대로 진입하는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