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뚝` 끊긴 대단지…이상거래 1건에 `출렁`
입력 2019-01-31 17:14  | 수정 2019-01-31 18:52
◆ 한파덮친 부동산 ◆
서울 주택시장이 유례없는 '거래절벽'으로 얼어붙자 간혹 나타나는 이상거래 1~2건에도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달 들어 강남권에서 시세 대비 5억~10억원이 낮은 아파트 매매거래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이 거래가 증여 등 특수거래인지, 정상거래인지를 놓고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전처럼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한두 건의 '특수거래'로 치부될 수 있지만 새해 들어 한 자치구 내 전체 아파트 거래가 50~70건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는 이 거래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사람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서울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한 달에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31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83㎡는 지난 16일 23억원에 거래됐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해당 아파트 동일 면적 시세는 이보다 10억원 이상 높은 34억~37억원이다.

마지막 실거래가격은 작년 9월 39억원이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가운데 최근 압구정동에선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빠진 매매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40% 이상 확 빠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세무사)은 "시세 대비 30%가 넘는 부분(최대 3억원까지)에 대해서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상속세법에 명시하고 있다"며 "양도세와 상속세는 별도 과세로 부과된다"고 밝혔다.
압구정동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해 온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래가가 신고된 이후 동네를 수소문해봤지만 해당 거래를 했다는 주민이나 공인중개소를 찾을 수 없었다"며 "정상적인 매매거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해당 거래 가격은 시세 대비 약 58% 선으로 이 지분만큼 가족에게 매도하고, 나머지는 보유하는 등 절세 전략을 세운 매매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총 2000가구 이상 단지에 월 거래가 1건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뚝' 떨어진 거래 신고가 나오자 주택 보유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압구정뿐 아니다. 이달 중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사이트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가 13억5000만원에 매매됐다고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졌다. 동일 면적 매물은 2018년 최고 18억3000만원에 거래됐기 때문에 '최고가 대비 5억원이 떨어졌다'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하지만 이 실거래가 신고는 지난 22일 신고자 측 요청으로 등록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사인 간 거래라 계약 해제 사유를 밝힐 순 없지만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송파구 소재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금 문제 등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혼란기를 틈타 집 전체나 지분을 상속·증여하는 거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조정기로 접어든 만큼 세금을 덜 내도록 싼값에 상속증여를 해도 실제 가격이 하락된 매매와 구분이 잘 안 되는 것도 특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불붙었던 지난해 7~8월에도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으면서 드물게 거래되는 가격들이 '껑충' 뛰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며 "통상적으로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면 내릴 때도 마찬가지인 만큼 거래절벽 속에서도 급속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 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실거래가 등록 규정 역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계약일과 신고일 간 시간 차가 있어 시장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기한을 60일에서 15일 또는 3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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