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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헤지펀더]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 롱숏·CB…멀티전략으로 급락장서 선방
입력 2019-01-30 00:02 
NH투자증권의 인하우스 헤지펀드본부가 내놓은 NH앱솔루트리턴 전문사모투자신탁 펀드는 2016년 이후 쏟아져나온 한국형 헤지펀드와는 결이 다르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49인 이하로 모집인을 제한한 규정에 따라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것과는 달리 NH앱솔루트리턴 펀드는 개인 고객은 한 명도 없고 모두 기관투자가들 돈만 들어 있다. 49인으로 투자자가 제한되는 탓에 모집인을 다 채우면 다른 펀드를 출시해야 해 어쩔 수 없이 펀드 여러 개를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모 자산운용사와는 달리 2016년 8월 처음 출시한 후 하나의 펀드로만 승부하고 있다. 신규 자금이 들어와도 기관투자가는 49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계속 운용할 수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는 설정액 5700억원을 기록해 국내 헤지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사모펀드는 1800개가 넘지만 그중 1000억원이 넘어가는 펀드는 30여 개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을 보면 투자자의 90%가 기관투자가로 돼 있다"며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도 개인투자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가 사용하는 전략은 10여 가지 멀티 전략이다.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하는 롱숏 전략, 인수·합병 등 이벤트를 활용하는 이벤트드리븐, 메자닌의 옵션 가치를 활용하는 차익거래인 컨버터블 아비트리지, 비상장회사에 투자하는 프라이빗에퀴티 전략 등을 함께 쓴다. 이 본부장은 "국내시장에서는 어느 하나의 전략만을 고집해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가 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쓰는 롱숏 전략만 해도 2016년 이후엔 공매도 주식 물량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에서는 멀티 전략을 쓰는 펀드 하나를 펀드매니저 한두 명이 담당하는 것과 달리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는 10년 이상 경력의 시니어 매니저 20명이 펀드를 함께 담당한다. 하나의 전략당 펀드매니저 두 명이 배치된다.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는 2017년에는 12.23%, 2018년 1.46%의 수익률을 거뒀다. 코스피가 2017년에 21.76% 오르고 2018년 17.2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장에선 지수보다 덜 상승하지만 하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안정성을 입증했다. 설정 이후 연 환산 수익률은 5.14%다. 시장 급등락 상황에서도 일간 수익률은 절댓값 1%를 넘지 않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의 목표는 NH앱솔루트리턴 사모펀드가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해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 자금까지 운용할 수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 기준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국민연금이나 KIC는 해외 헤지펀드에 6조~7조원을 투자하고 운용보수를 내고 있는데 우리 같은 토종 헤지펀드가 이 자금 일부를 운용할 수 있다면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헤지펀드본부 스핀오프(분사)도 추진 중이다. 증권사 내 인하우스 헤지펀드로 있는 이상 차이니즈월(부서 간 정보 교류 제한 장치)이 있어도 글로벌 기관 자금을 유치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프롭트레이딩, IB본부, 홀세일까지 같이 있는 증권사 인하우스 헤지펀드본부 구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어 펀드 사이즈가 1조원을 넘기 전 스핀오프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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