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24일 뉴스초점-언제까지 엘리트 체육?
입력 2019-01-24 20:11  | 수정 2019-01-24 20:46
'금메달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당시 17살이었던 심석희 선수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울먹이며 한 말입니다. 메달의 색깔이 금이 아니라서, 1등을 못 해서, 기죽어 있는 메달리스트의 모습은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죠. 도대체 금메달이 뭐길래 어린 소녀가 이런 말까지 해야 했을까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거칩니다. 1972년 국가가 주도해 만든 제도인데, 체육 특기자를 선발해서 육성하는 시스템이죠. 이런 시스템의 목표는 좋은 성적, 1등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겁니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게 오랜 합숙과 훈련이고요. 막대한 국가 예산도 들어갑니다.

이 제도 덕에, 경기 실적이 좋은 선수들이 학교 성적과 무관하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국가가 원하는 '국위선양'도 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컸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명문대에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보니, 대입 수단으로 전락되는가 하면, 지도자들이 돈으로 거래나 승부 조작을 하고, 성적을 내기 위해 무조건적인 복종이 용인됐습니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면제와 포상 연금이 나오니 그야말로 성적 지상주의에 기름을 부었죠.

이런 구조에서 선수는,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곪고 곪은 문제들이 터졌고, 오늘 당정이 50년 가까이 우리 스포츠계 골간이 됐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하나 마나 한 대책, 재탕, 삼탕의 대책이 나오지 말아야 할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하죠.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도 해봤으면 합니다. 1등만 하면 다 용서되는 사회, 1등을 한 아이도, 1등을 못 한 아이도 다 같이 불행한 나라를 '스포츠 강국'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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