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加연기금 "자산 3분의 1 신흥국에 투자"
입력 2019-01-24 17:31 
"공짜 점심은 다변화에 있습니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신흥국에 주목하고 있죠."
24일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연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했다.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CPPIB는 캐나다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운용자산은 3684억달러(약 415조원) 규모로 세계 9위이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1%다. 이는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인 5.6%를 웃도는 수치다.
김 대표가 꼽은 높은 수익률 배경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그는 "10년 전 CPPIB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줬다"며 "투자 자산 다변화는 CPPIB의 핵심 원칙이고, 지금은 그 어느 연기금보다 투자 지역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실제 CPPIB는 2008년 이전에는 전체 자산에서 캐나다 자산 비중이 85%에 달했지만, 현재는 15% 이내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주식(17.1%)과 국내 채권(48.3%) 등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여전히 60%를 넘는 한국 국민연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2025년까지 중국,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대표는 "CPPIB는 2025년까지 총자산 중 3분의 1을 신흥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 대한민국을 비롯한 호주, 일본 관련 자산도 계속 늘려 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발언을 두고서도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이날 강연을 주최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충분한 정보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한국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 국민연금의 거버넌스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이사회에서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거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고민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어떤 전문가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CPPIB가 모범적인 거버넌스 사례를 보여주면 한국 국민연금도 참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스튜어드십 코드는 책임감 있는 투자의 기본"이라며 "대한항공 사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주주권 행사는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CPPIB는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 입김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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