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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시가총액 1조` JYP 박진영은 왜 `슈퍼인턴` 원했나
입력 2019-01-24 15:22  | 수정 2019-01-24 15:4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청년실업 10% 시대, 채용비리 등 불공정이 만연한 현실 속 이른바 스펙 없이 실력과 열정으로 입사의 문이 열린다. 이름하여 '노 스펙' 입사 프로젝트, Mnet '슈퍼인턴'이 그것이다.
'슈퍼인턴'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엔터 업계의 생생한 현장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Mnet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슈퍼스타K'가 일반인을 상대로 가수를 선발했던 것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엔터사 인턴을 선발하는 일종의 채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슈퍼인턴'의 첫 파트너는 트와이스, 갓세븐, 스트레이키즈 등이 소속된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다.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슈퍼인턴'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원정우 PD는 "그동안 Mnet은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처럼 해당 분야에 열정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었다. '슈퍼인턴'은 이같은 기회를 취업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기획, 제작은 Mnet이 맡고 있지만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최초 제안한 장본인은 JYP엔터테인먼트 CCO 박진영이다. 박진영은 "작년 8월쯤 뉴스를 보다가 청년실업률이 10%가 됐다는 뉴스를 봤다. 뭔가 답답해하는 젊은이들에게 위로나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 방송국 쪽에 아이디어를 보내봤는데 흔쾌히 해주셔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영의 기획에는 청년실업 시대 희망을 주자는 원대한 포부도 있지만 실직적으로는 현재 JYP가 필요로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지닌 인재를 뽑기 위함이기도 했다. 박진영은 "회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굉장히 잘 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시가총액을 1조원이라 봤다. 작년에 1조원을 처음 넘어가면서, 이제 여기서 두배 세배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더라"며 "하던 걸 잘 하면 도달할 수 있는 데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을 넓히거나 콘텐츠 전달 방식을 바꾸거나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정말 엉뚱한,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놀라운 인재들이 들어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재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놀라운 상상력의 인재를 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현실. 박진영은 "처음 방시혁씨와 함께 3명이서 회사를 시작해서 지금은 동료들이 300명 정도 되는데, 그때 그때 너무나 필요한 인재들이 회사에 와 주셨다. 그런데 내가 정말 도움을 받았던 인재들 중 상당수가, 만약 주입식 교육과 학원 다니는 보통의 성장방법으로 컸다면 별로 도움이 안 됐을 것 같더라. 엉뚱한 생각을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음악과 가수에 미쳐서 산 사람들이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는, 우리 회사가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회사 채용 시스템도, 지원자가 많아지다 보니 다른 회사 시스템과 점점 비슷해지는 것이더라. 인사팀이 픽터링하는 과정이 결국 학벌, 스펙으로 필터링 되다 보니, 내가 정말 필요로하는 직원이 필터링 과정에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며 "이런 것('슈퍼인턴')을 해보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K팝스타', '식스틴'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실력보다 인성'이라는 기준을 선언해 온 박진영은 "가수 혹은 아티스트, 배우를 뽑을 때와 기준은 같은 것 같다"며 인성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그는 "물론 능력이 없거나 자질이 없는 친구를 뽑을 수는 없겠지만 재능이나 실력이나 능력이 특출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힘을 합쳐서 팀워크를 잘 이뤄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분명히 더 선호한다. 그게 아티스트건 배우건 직원이건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 안에서 완전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 수단으로서 팀미션을 생각보다 오래 했다. 개개인 능력을 본다면 개별 과제가 많았어야 할텐데, 조를 나눠 팀 과제가 더 많다. 그 팀 과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슈퍼인턴' 후보자들과의 면접 과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진영은 "내가 직접 검토한 게 400개 정도 되고 그 중 100명 정도 면접 대상으로 뽑았다. 면접 대상으로 뽑은 건 100명 정도지만 아이디어는 2~300개 정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열정 가득한 눈빛을 보고 그 역시도 설렘과 열정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박진영은 "'K팝스타' 하면서 설레고 가슴 떨렸던 이유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만나기 어려워 진 신인들의 날것의 눈동자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비즈니스적 측면도 똑같다고 본다. 내가 임원, 본부장과는 자주 만나지만 아예 회사 입사시험 치는 신입사원들과 교감하거나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하는 이들의 눈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열정, 간절함, 그 안의 겸손함.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신인의 눈동자인 것 같다. 그게 가수건 어떤 직업의 누가 됐건 처음 시작하는 신인들의 눈빛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은데, 'K팝스타 때 봐서 너무 행복했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봐서 너무 행복했다. 거기서 나오는 열정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에 끝없이 행복했다. 'K팝스타' 녹화 전날부터 가슴이 뛰었는데 이 프로그램도 전날부터 가슴이 뛰었다. 찍는 내내 재미있고 가슴 뛰었다"고 덧붙였다.
선발 과정을 통해 뽑인 인재가 일반인이라서 오는 뜻하지 않은 위기나 논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원PD는 "제작진도 걱정 많이 한 부분이다. 다 촬영해놓고 방송 못 하면 어떡하나 싶었다"면서 "박진영은 개개인의 기본정보를 알지 못한 채 면접에 임했지만 제작진은 기본적인 체크를 했다"고 말했다.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악마의 편집' 여부에 대해서도 "조심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슈퍼인턴'은 24일 오후 8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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