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립암센터 채용 비리 논란…시험 출제자 공개·문제지 공용컴퓨터 저장
입력 2019-01-23 13:47  | 수정 2019-01-30 14:05

지난해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채용에서 비리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관의 위상에 맞지 않게 허술한 채용 과정이 밝혀졌습니다.

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정규직 채용은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2번의 면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필기시험 성적은 면접 때까지 영향을 미쳐 중요한 요소입니다.

필기시험은 초음파, MRI 등 5개 과목 총 50문항이 출제되는데, 이번에 문제를 유출해 구속된 3급 간부 44살 A 씨는 초음파 과목 출제위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기관에서는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기관에 문제 출제를 의뢰합니다. 출제자는 비공개로 선정하고, 출제위원들은 채용 기간 통제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A 씨가 해당 과목 출제위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상태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A 씨와 함께 평소에 일하는 임시직과 인턴들이 정규직 채용에 지원하는 전형의 당사자라는 점이었습니다.

A 씨는 오타를 수정해 달라며 함께 일하는 임시직과 인턴에게 시험 문제를 보여줘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일부러 유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평소 A 씨의 성향과 업무에서 중시하는 분야 등을 잘 아는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지원자들이라면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출제 과정은 더 허술했습니다. A 씨는 문제 출제 시 직장에 있는 공용컴퓨터를 이용했습니다. 출제 후 문제가 담긴 문서 파일은 암호도 없이 공용컴퓨터에 저장했습니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한 부하직원은 A 씨가 해당 파일을 공용컴퓨터에 저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파일을 열어본 후 평소 함께 일하던 지원자에게 문제를 유출하기도 했습니다.

각 부서 출제위원이 낸 문제는 교육담당 직원이 취합했습니다. 어느 부서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취합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직에서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영상의학과 5급 직원 39살 B 씨는 이런 점을 악용했습니다. 문제를 이메일로 취합한다는 사실을 미리 안 B 씨는 교육담당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컴퓨터에 접근했습니다. 취합된 문제를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 빼돌린 B 씨는 이를 인쇄해 역시 평소 함께 일하던 지원자이자 임시직 직원에게 보여줬습니다. 이 직원은 결국 합격했습니다.

문제를 유출한 이들은 모두 "평소 함께 일하던 임시직 직원들을 돕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암센터 정도의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채용을 진행했을 줄은 수사관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라며 "시험출제 외부기관 위탁 등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기존 채용 과정에서도 부정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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