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부동산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처럼 떠오른 영역 중 하나는 '공유오피스'다. 서울 강남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공유오피스는 서울 강북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업체들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진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예 없었던 시장은 아니다. 전에는 그저 상업용 오피스 시장으로만 인식됐을 뿐인데, 단순히 2년씩 공간만 임대하던 전과는 다른 임대 방식(단기, 소규모 임대 등)과 서비스 제공으로 오피스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 강남 오피스 재고량 먹어치우는(?) 하마 '공유오피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 서비스중심오피스의 임대면적의 급격한 증가세 보이고 있다. 소호오피스, 비즈니스센터, 공유오피스 등이 서비스중심오피스시장에 포함된다.
얼마 전 이지스자산운용이 발표한 '서울 오피스시장에서 공유 오피스는 정착이 가능한가'라는 자료에 따르면, 서울 상업용 부동산 중 서비스중심오피스 규모는 전체 오피스 재고량의 1.2%인 46만2800여㎡(14만평)을 기록했다. 그 중 공유오피스는 90% 이상(28만3200여㎡(8만6000여평))을 차지하며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센터는 2011년부터 GBD(강남권역) 뿐만 아니라 CBD(도심권역), YBD(여의도권역), 기타지역 등 지리적으로 확장세다. 공유오피스의 경우 2015년 글로벌 브랜드인 위워크 한국 진출과 함께 신규 국내 공유오피스 브랜드도 GBD 중심으로 출점에 가세했다.
수요층이 굳건한 GBD권역의 경우 출점 경쟁이 가장 치열해 강남대로 및 테헤란로 일대 뿐만 아니라 논현, 신사, 청담까지 확장하고 있다. 서울시 핵심권역의 공유오피스 수용가능 인원은 2015년 8000명에서 2018년 4분기 현재 3만2000명으로 3년 간 4배 넘게 증가했다.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공유오피스 공급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64.7%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유오피스 업체들 덕분에 강남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대기업·외국계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뛰어드는 신사업?
이 시장은 다른 신사업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사옥을 보유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 중에서도 진출했거나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다. 공실관리, 사회공헌, 신규사업발굴을 목적으로 공유오피스 업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연초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도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 직접 관리를 맡은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내에 '워크플렉스'라는 공유오피스를 열었다.
이미 강남 테헤란로 일대(강남역~삼성역)에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와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가 각각 9개, 8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이 외에도 스파크플러스, 스튜디오 블랙, 드림플러스 등의 공유오피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영국계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인 체스터톤스코리아도 지난해 신도림, 마곡에 이어 삼성역에 '클리워크'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알려진 애플리케이션 '김기사' 창업자들은 판교 공유오피스 업체인 '아라'와 함께 알파돔시티에 '워크앤올'을 열기도 했다.
가장 최근 문을 연 워크플렉스 역삼 메인 라운지 모습 [사진 = 롯데자산개발]
이 외에도 크고작은 스타트업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어 '시장이 이미 포화되지는 않았을까'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기업 중에서도 발빠르게 진출했던 현대카드의 스튜디오블랙은 확장은 커녕 현상 유지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LG서브원 '플래그원', 신세계인터내셔날 'S.I_랩'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사업다각화 등을 목적으로 자사가 보유한 부동산 등에 공유오피스를 열기도 했지만 공격적인 확장에는 진중한 모습이다.아예 사업을 접은 업체도 있다. KT가 운영하던 '올레서비스드오피스'와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던 한 공유오피스는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동안 48개의 국내외 운영사가 진출했지만 2개사가 백기를 든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서울 오피스 시장 내에서 공유 오피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임대시장 경쟁 심화, 자산 가치 제고에 대한 검증 필요, 비즈니스 모델의 시장 정착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공유오피스업이 서울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지 약 3년 채 되지 않아 투자초기부터 매각시까지 반영된 매매 사례가 없어 정량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공유오피스 시장, 앞으로도 성장가도 달릴까
이런 상황이어도 앞으로도 공유오피스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체스터톤스 코리아의 2018년 4분기 '서울 공유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서울의 20명 미만 사업체 종사자수는 약 240만명(추정)인데 공유오피스 공급량은 수용인원 기준 3만2000명, 즉 전체 수요의 1.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서울 핵심권역의 공유 오피스 평균 가동률은 82.4%, 권역별 공유오피스 가동률 중에서는 CBD가 84.2%로 가장 높았다. 평균 월 사용료는 1인당 51만8000원이었으며, 그 중 GBD의 평균 월 사용료가 53만6000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성식 체스터톤스코리아 이사는 "전세계적으로 공유오피스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업조직의 양적·질적 변동성 증가, 작은 기업의 생산성 증가, 그리고 소규모 조직을 위한 오피스 공간 부족"이라며 "서울 핵심 권역의 연면적 5만여㎡(1만5000여평) 이상의 오피스를 공유오피스로 운영할 경우, 임대 전용면적 당 1.84배 더 높은 매출의 창출이 가능하다. 향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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