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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정 작가가 밝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M+안윤지의 PICK터뷰]
입력 2019-01-21 09:18  | 수정 2019-02-19 21:48
송재정 작가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tvN
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동안 송재정 작가는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W(더블유) 등 다수의 작품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가 이번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증강현실을 더한 게임 세계를 만들어냈다.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첫 시작

지난 20일 종영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 분)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주인공인 유진우로 분한 현빈은 지난해 영화 ‘창궐에 이어 바로 ‘알함브라에 출연하는 걸로 알려져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함브라가 첫 방송 됐을 당시 증강현실과 게임이 합쳐져 신선함을 전했고, 모든 이는 이런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궁금해했다.

원래는 ‘W가 끝난 후 타임슬립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욕구가 잘 생기지 않더라. 그러던 중 ‘포켓몬 GO(고) 열풍이 불었다. 난 게임을 좋아해서 ‘포켓몬 고를 한 번 해봤는데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게임을 좋아하면서도 소재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아바타 같이 엄청난 자본이 있지 않은 이상 힘들다. 근데 ‘포켓몬 고처럼 장비만 CG처리 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송재정 작가는 굉장히 의외의 공간에서 엄청난 소재를 찾아낸 것이다. 그의 도전정신과 독특한 시선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송 작가는 실제 주변 반응 또한 엄청났다고 전했다.

열띤 반응이 있다. 이건 분명하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지는 않아서 아쉽다. 처음엔 ‘이 소재가 먹힐까란 의문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적응하고 즐거워한다.”

늘 송재정 작가를 따라다니는 단어는 ‘세계관이다. ‘나인에서는 9번의 시간 여행을 보여주며 ‘W에선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소재들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세계관이 있다는 걸 기사를 통해서 안다. 그게 불친절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다. ‘W 때 특히 ‘나 혼자만의 세계관이란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알함브라 때는 주위에 물어보면서 작업했다. 근데 또 친절하게 표현하니 지루하다고들 하더라. 장르와 멜로를 연결하는 작업이 꽤 어려웠다.”

현빈 박신혜 사진=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PICK-SCENE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알함브라에는 많은 이야기가 엮여있다. 유진우가 과거 트라우마와 사건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정희주와의 사랑 그리고 정희주와의 관계 등 다양한 구성이 담겨있다. 이에 초반 시청자들은 유진우와 정희주의 사랑이야기라고 착각했다가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어 당황해했다.

게임의 재미, 진우와 형석의 관계 그리고 희주와 관련한 사랑 이야기를 큰 줄기로 생각했고 이를 꼬아가며 얘기를 만들었다. 간혹 ‘유라와 수진의 이야기는 왜 계속 나오냐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들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진우의 잘못된 과오, 선택 그리고 복수가 업보처럼 쌓여서 해결하고 어떻게 희주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한 주제였다.”

섬세한 스토리와 다양한 재미를 주는 ‘알함브라에 단점을 꼽으라면 바로 여성 캐릭터다. 정희주는 수동적인 것뿐만 아니라 어떤 때에는 분량도 거의 없다. 이에 시청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송재정 작가는 이런 반응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는 늘 영웅 신화에서 플롯을 착안한다. 그리스 영웅 신화에서 가져오는데 이러한 틀이 만들어지는 작품은 대게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같은 영웅물이다. 다만 난 시점을 다르게 본다. 영웅이 아닌 사람이 마법과 현실의 공격을 겪으면서 사랑을 찾고 진짜 영웅이 되는 것이다. 히어로물에선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일 수 없다. 장르적 특성일 뿐이다.”

송재정 작가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tvN

◇ 송재정 작가의 인생 PICK

송재정 작가는 원래 드라마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시트콤 작가로 있다가 드라마 작가로 장르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늘 형식에서 벗어나는 소재와 방법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이런 낯섦에 질책을 받기도 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인간 감정의 리얼리즘이다. 판타지엔 규칙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인현왕후의 남자를 썼을 당시 누군가 나를 향해 ‘판타지의 기본도 모른다는 식의 평을 해놓은 글이 있었다. 그땐 정말 화도 나고 불쾌했지만 난 정식적으로 드라마 작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규칙에 따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좋지 않았던 그가 이렇게 멋있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갈 작가가 될 줄 알았을까. 끝으로 송재정 작가는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목표를 털어놨다.

내가 이런 걸 쓰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난 다채로운 호기심이 있고, 그걸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시트콤을 했고, 판타지를 하다 보니 10년이 지났고 그렇게 확대가 되어가고 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처럼 항상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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