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OP] 워너원 해체…멤버 11인 `大魚 방류`로 이어지다
입력 2019-01-18 17:04  | 수정 2019-01-18 19:4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폴로어 확보에 있어서 교황보다 빠르고, 만리장성도 뚫는 게 있다. 지난해 말 공식 해체를 선언한 워너원이다. 이 팀의 센터 강다니엘은 지난 1일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 후 100만 폴로어 돌파까지 11시간36분이 걸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 기록을 깼다. 또 라이관린은 9일 중국에서 웨이보 계정을 오픈한 후 하루 만에 100만 추종자를 확보하며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무색케 했다. 가요계에서는 활동 1년 만에 최고 보이그룹으로 부상한 워너원이 흩어진 이후에도 높은 주가를 구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1000억 신화 된 '내 새끼' 효과
워너원은 2017년 방영된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이다. '프로듀스 101'은 101명의 출연자 중 시청자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11인의 연습생이 데뷔하는 프로그램. 방송 회차마다 탈락 연습생이 발생하는 동안 시청자는 마음을 졸이며 자신의 지지 연습생에게 표를 주게 된다. 프로슈머(Prosumer·제품 생산에 관여하는 소비자)가 되길 바라는 현대인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워너원은 워너블(워너원 팬클럽)과 한국 가요 역사상 가장 끈끈한 '아이돌-팬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공인 음악차트 가온차트에 따르면 워너원은 결성 이후 지난 해 말까지 미니 앨범 2장, 스페셜 앨범과 리패키지 앨범 각 1장, 정규 앨범 1장 등 총 5장의 음반을 발매하며 350만4348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첫 앨범과 리패키지 앨범을 합쳐 130만장 넘게 팔았다. 2000년 이후 등장한 한국 아이돌 그룹이 데뷔 앨범을 밀리언셀러로 만든 건 처음이다. 350만장 팔린 음반 가격을 장당 1만5000원으로만 잡아도 총 앨범 매출은 525억원에 달하며, 광고 매출은 2017년까지 집계분만 2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앨범 매출의 10%가량 잡히는 스트리밍 매출 52억원과 월드투어 수익 등을 합산하면 워너원이 공식 활동 512일간 발생시킨 경제 효과는 족히 1000억원에 달한다.
데뷔 1년 만에 거둔 일련의 성과는 '프로듀스 101' 효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김재환은 기타를 치다가 아이돌 그룹 멤버가 된 케이스이고, 옹성우는 배우 얼굴을 하고 있으며, 강다니엘은 '본 투 비 아이돌' 느낌"이라며 "멤버 매력이 전부 다른데 그게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의외성, 한 명씩 캐릭터를 파고들어 보는 재미가 있는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 해체 후에도 대박 났네
경쟁 보이그룹의 소속사는 작년 말 워너원 해체로 한시름 놓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내려놨던 시름을 다시 주워담아야 하게 생겼다. 워너원 해산으로 인해 열한 마리 대어가 가요 시장에 풀린 형국이 돼서다.
시작은 '국민 센터' 강다니엘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 오픈과 동시에 100만을 돌파한 폴로어는 18일 현재 210만에 달한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강다니엘은 솔로로 나와도 충분히 음원 파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기로 영역을 확장하는 멤버들도 있다. 윤지성은 뮤지컬 '그날들'에서 청와대 경호원 무영 역을 맡는다. 3월 5일부터 시작되는 윤지성 출연 회차는 총 5회분이 예매 오픈 5분 만에 매진됐다. 배우돌 옹성우는 6월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을 시작으로 연기 활동에 들어간다.
대만 출신 라이관린은 중국 웨이보 계정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100만 폴로어를 돌파하며 한중 양국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입증했다. 라이관린은 최근 중국 안방극장 출사표를 던졌으며, 연내 큐브 새 보이그룹에 합류한다.
힙합 레이블 브랜뉴뮤직 출신인 박우진과 이대휘는 보이그룹 브랜뉴보이즈(가칭)로 데뷔를 준비 중이다. 김재환과 하성운은 솔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황민현은 원 소속팀 뉴이스트에 복귀해 한창 상승 중인 팀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과 배진영의 개인 활동은 차차 소속사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워너원이 개인 활동을 하면서 아이오아이(I.O.I)의 전철을 밟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아이오아이는 '프로듀스 101' 시즌1에서 탄생한 팀으로 활동 기간 중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해체 후 멤버들이 각자 소속 걸그룹 활동에 돌입한 뒤, 비(非)아이오아이 구성원들과 인지도 차이가 크게 나며 팀 전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워너원 멤버를 포함한 새 보이그룹을 운용하려는 소속사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정병욱 평론가는 "워너원 출신 멤버들을 앞세운 마케팅보다 팀 차원의 뚜렷한 콘셉트와 기획력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워너원 출신 ○○○의 그룹' 이미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이돌 팬들에게 있어 그룹으로서의 정체성과 단합은 팬덤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라며 "2세대 아이돌그룹 신화는 멤버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노출하면서 장수 그룹으로서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수천만 원 암표 시대의 개막?
워너원의 해체로 1000만원 암표 시대가 개막하게 됐다. 오는 24~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의 27일 회차 암표는 인터넷 티켓 사이트에서 1000만원, 심지어 3000만원짜리까지 등장하며 팬들의 근심을 사고 있다. 이 가격은 정가의 100배를 넘나든다. 자동명령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암표상들이 표를 대거 구매하고, '마지막'이라 더 애틋해지는 팬심을 노려 고가에 팔고 있는 것이다. 암표 매매에 대한 제도적인 제동이 없으면 K팝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관계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해 5월에야 암표 근절 연구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황선업 평론가는 "일본은 개인 신분 증명을 통해 모바일 티켓을 받고, 타인에게 함부로 양도할 수 없게 하는 특별 시스템을 적용하는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요계 차원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매크로에 의한 싹쓸이는 정부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워너원은 마지막 공연 외에도 그간 활동 모습과 무대 뒷이야기를 담은 '워너원 512전(展)'을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상상공간뮤지엄에서 개최한다. 티켓값은 1만5000원이며,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