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제일은행 합병 이후 첫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글로벌 본사인 SC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SC그룹의 100% 자회사인 이 은행이 본사 투자를 받는 것은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박 행장은 투자 유치에 이어 자산관리(WM)·디지털뱅킹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3년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17일 SC제일은행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SC그룹이 인수하는 조건의 10년 만기 원화 후순위채권 6000억원 발행과 올해 중간배당 5000억원 지급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C그룹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2008년까지 초기 투자 명목으로 증자를 이어 왔지만 이후 10년간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적자를 낸 2014년을 포함해 꾸준히 배당은 받아 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후순위채 발행과 중간배당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둘의 차액인 1000억원만큼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이 이달 28일 발행 예정인 후순위채권은 만약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상황이 생기면 채권 보유자 동의 없이도 은행의 채무 상환 의무가 소멸해 주식처럼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상각조건부' 채권이다. 발행 즉시 전액 모두 SC그룹이 인수한다.
이번 투자 유치 목적은 우선 올해부터 은행에 부여된 자본적정성 규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G-SIB)'인 SC그룹이 지분 100%를 가진 주요 자회사다. 이 때문에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 분야 국제 기준 제정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총손실흡수력(TLAC) 규제' 대상이 돼 올해부터 일반 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비율인 14.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계획대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6000억원이 보완자본으로 분류돼 지난해 3분기 15.54%인 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6%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간다.
함께 이뤄지는 5000억원 중간배당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생기는 유동성 과잉으로 수익성 지표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투자 유치 성공은 취임 1년 만에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낸 박 행장의 경영 능력을 SC그룹이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연간 200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SC제일은행은 2015년 박 행장 취임 후 1년 만에 224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과감한 인력·점포 구조조정으로 은행의 모든 것을 뜯어고친 덕분이다. 지난해 1~3분기에도 누적 당기순익 2009억원을 올리는 등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 행장은 이번 자본 유치를 계기로 올해를 은행이 또 한 번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WM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현재 수익에서 10%대를 차지하는 WM 부문을 키워 향후 2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 만큼 WM 전략을 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은 '리액트(React)'로 정하고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200여 개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부족한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모바일 뱅킹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이미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안드로이드·iOS 버전 양쪽에서 스마트폰용 '키보드뱅킹'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디지털 뱅킹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행장은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타운홀 행사에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될 기회와 능력이 있다"며 "새로운 성장의 토대를 계속 준비해 온 만큼 올해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특히 "3년 내 ROE 1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ROE는 5.58%로 10%대 초반인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은 만큼 수익 개선과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7일 SC제일은행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SC그룹이 인수하는 조건의 10년 만기 원화 후순위채권 6000억원 발행과 올해 중간배당 5000억원 지급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C그룹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2008년까지 초기 투자 명목으로 증자를 이어 왔지만 이후 10년간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적자를 낸 2014년을 포함해 꾸준히 배당은 받아 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후순위채 발행과 중간배당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둘의 차액인 1000억원만큼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이 이달 28일 발행 예정인 후순위채권은 만약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상황이 생기면 채권 보유자 동의 없이도 은행의 채무 상환 의무가 소멸해 주식처럼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상각조건부' 채권이다. 발행 즉시 전액 모두 SC그룹이 인수한다.
이번 투자 유치 목적은 우선 올해부터 은행에 부여된 자본적정성 규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G-SIB)'인 SC그룹이 지분 100%를 가진 주요 자회사다. 이 때문에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 분야 국제 기준 제정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총손실흡수력(TLAC) 규제' 대상이 돼 올해부터 일반 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비율인 14.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계획대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6000억원이 보완자본으로 분류돼 지난해 3분기 15.54%인 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6%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간다.
함께 이뤄지는 5000억원 중간배당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생기는 유동성 과잉으로 수익성 지표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투자 유치 성공은 취임 1년 만에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낸 박 행장의 경영 능력을 SC그룹이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연간 200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SC제일은행은 2015년 박 행장 취임 후 1년 만에 224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과감한 인력·점포 구조조정으로 은행의 모든 것을 뜯어고친 덕분이다. 지난해 1~3분기에도 누적 당기순익 2009억원을 올리는 등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 행장은 이번 자본 유치를 계기로 올해를 은행이 또 한 번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WM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현재 수익에서 10%대를 차지하는 WM 부문을 키워 향후 2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 만큼 WM 전략을 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은 '리액트(React)'로 정하고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200여 개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부족한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모바일 뱅킹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이미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안드로이드·iOS 버전 양쪽에서 스마트폰용 '키보드뱅킹'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디지털 뱅킹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행장은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타운홀 행사에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될 기회와 능력이 있다"며 "새로운 성장의 토대를 계속 준비해 온 만큼 올해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특히 "3년 내 ROE 1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ROE는 5.58%로 10%대 초반인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은 만큼 수익 개선과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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