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능방송은 연애중
입력 2019-01-17 17:03  | 수정 2019-01-17 23:43
MBN '비포 썸 라이즈'
한 사회의 결핍이 TV에 반영된다면 한국엔 확실히 연애가 부족한 것 같다. 각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게 나와 20·30대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에 연애를 포기한 N포 세대가 대중문화 콘텐츠로나마 대리 만족하려는 심리가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로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주 월요일 MBN에서 방영되는 '비포 썸 라이즈'는 지난 14일 첫 방송분부터 불꽃 튀는 연애 전선을 형성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랑을 찾으려는 6인의 남녀는 세상에서 가장 햇빛이 아름답다는 스페인 말라가에 집결했다. 말라가는 태양의 해변이란 뜻의 '코스타 델 솔'이 시작되는 항구 도시. 이곳이 고향인 피카소가 유년기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예술혼을 키웠다고 알려져 있다.
그 햇살은 남녀 사이에 오해를 싹 틔웠다가 곧 연애 감정의 에너지가 됐다. 영어 강사 김하늘은 공중보건의 최주헌에게 "(처음에) 주헌 씨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에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나'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최주헌은 "(말라가의) 햇빛이 오랜 시간 강하게 내리쫴서 힘들었다"며 "처음 봤을 때 원피스도 눈에 들어오고 아우라가 있었다"는 말로 김하늘의 호감을 사는 데 성공한다. 12부작으로 계획된 '비포 썸 라이즈'는 중간에 러브라인을 흐트러뜨릴 미지의 출연자가 등장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엠넷 '썸바디'는 춤과 썸을 결합했다. 힙합, 발레, 현대무용을 비롯해 서로 다른 춤을 추는 남녀 안무가 각 5명이 출연해 짝을 찾는다. 프로그램은 '스킨십이 있는 곳에서 사랑이 생긴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일종의 실험 카메라 성격도 띠고 있다. 호흡이 가장 잘 맞는 파트너를 찾으며 변해 가는 출연자의 감정을 담아낸다.

이 밖에도 각 TV 채널은 간판 연애 프로그램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TV조선 '연애의 맛'처럼 출연진 간에 싹트는 연애 감정을 다루는 프로그램 외에도 KBS조이 '연애의 참견'처럼 시청자 연애 상담을 해주는 콘텐츠도 인기다.
연애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고루 인기를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지만 연애는 여전히 인간의 기본 욕구"라며 "청년들이 출연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대리만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세대는 한 자녀 가정이 많아 관계 학습 기회가 부족했다"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터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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