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년간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 등 일부 전·현 임원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황 회장 등 임원들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여원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4억 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해 후원금을 내고자 이처럼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내다봤다. 후원에 동원된 임직원은 모두 29명이었다.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려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KT의 국회의원 후원은 2016년 하반기에 집중됐다. 이 시기는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황 회장의 증인 채택이 유력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행법 개정 등 KT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법안들이 여야 논의를 거치고 있었다.
경찰은 "당시 국회를 담당하는 실무 직원 외에 고위 임원의 명의까지 불법 원에 동원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당 의원실에 어느 직원 명의로 얼마를 보냈는지 상세히 적힌 KT 내부 문서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KT 불법 후원금을 받은 94곳의 국회의원실 관계자를 조사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불법인지 몰랐다는 진술이 대부분이어서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기소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KT 황 회장은 불법정치자금 후원 사실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위 임원 2명은 황 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