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 급등에 중산층까지 피해 커"
입력 2019-01-15 17:31  | 수정 2019-01-15 19:58
정부가 주민 열람을 실시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열람이 끝난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서울 서초구·강남구·종로구·동작구·성동구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인상 폭이 크다며 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매년 있던 의견 표시"라며 의미를 축소하지만 구청에서 직접 중앙정부를 찾아가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매일경제는 반발 배경과 관련해 해당 구청 구청장, 구청 관계자들과 인터뷰했다.
구청장들과 구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세저항이 불 보듯 뻔하다" "중산층에도 피해가 커진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15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한국감정원에서 표준 단독주택 주민들에게 열람 가격 통지문을 발송하자마자 저희 구청 재산세과에 전화 문의가 빗발쳤고, 구청장인 저에게도 '너무 급격히 오르면 힘들다'는 주민 하소연이 쏟아져 현장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알리라고 했다"며 "현재 이의신청 접수 기간인 만큼 국토부도 충분히 검토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조 구청장은 "고령의 은퇴세대 등 소득이 없는 분들은 집을 팔지 않고서는 세금을 낼 방도가 없는데도 그런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 가격을 일시에 잡겠다고 공시가격을 '확' 올리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부동산을 잡는 건 금융정책으로 접근해야지 세금으로 잡으려고 하면 투기꾼도 있지만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중산층이나 서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 구청장은 보유세 증가율 상한 50%(전년 대비) 룰을 적용해 급격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정부 논리에 대해서도 "연간 50%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그다음 해, 이듬해 계속 50%씩 올리면 중산층에 큰 부담을 안기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착시 효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올해 78세인 표준 단독주택 소유자의 공시 예정 가격(72.1% 상승)으로 재산세를 산출해 보면 3년간 나눠 올해 458만원(지난해 352만원), 내년에는 595만원, 이후에는 661만원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어 세금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조 구청장은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이 현실화하면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만큼 탄력세율 적용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탄력세율 적용은 노무현정부 당시 집값 상승에 따른 급격한 세 부담으로 인해 국민의 조세저항이 커지자, 조례로 자치단체가 50% 범위 내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는 "다만 현행 규정(지방세법 제111조 제3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탄력세율 적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면서 "지금도 조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강남·종로·성동·동작구·용산구 등 여당 소속 구청장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내 조세저항과 청와대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용산구는 국토부를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감정원 측에 가격 조정을 요청한 상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구민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신중한 가격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의 신청 등 구민들이 제출한 의견을 적극 검토해 최종 공시가격에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소속 A구청장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구민들 세 부담을 고려한다면 너무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도 "우리 구는 평균 상승률이 15.4%로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평창동 등 가격대가 높은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급격한 세 부담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점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감정원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표준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은 무려 20.7%로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자치구별 표준 주택가격 상승률은 강남구 42.8%, 마포구 39.68%, 용산구 39.4%, 서초구 30.6%, 성동구 24.55% 등으로 최근 집값이 급등한 이른바 '마용성'과 강남 부촌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재산세 등 징수 주체인 지자체의 이의 신청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지역별 주택 형태에 따라 들쑥날쑥한 공시가격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국토부는 지자체의 이의 신청에 대한 의견 검토와 별개로 소유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검증 중인 공시가격을 오는 25일 최종 공시한다는 입장이다.
[최재원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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