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화재 ①] 내가 묵는 숙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소방시설은

안락해야 할 호텔이 아비규환 현장으로 변한 것은 한 순간이었다. 지난 14일 화재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는 특급호텔에서 소방시설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앞서 내가 머무르는 호텔에 소방시설은 확실히 갖춰져 있을까 불안감이 몰려온다. 기본부터 체크해보자.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은 천안 유일의 특급호텔로 지하 5층 지상 21층에 420객실과 연회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특급호텔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에 따라 스프링클러, 누전경보기, 제연 설비, 피난유도등과 같은 소화·경보·피난·소화용수·소화활동설비를 시설 면적에 따라 갖춰야 한다.
소방시설관리협회 관계자는 "숙박시설에 해당하는 호텔에선 용도와 면적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소방시설이 정해져 있다"며 "소화기나 스프링클러는 물론 객실마다 휴대용비상조명등이 있어야 하고, 피난기구와 특별피난계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소방시설법을 살펴보면 건물 내 초기 단계의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주는 소화설비 중 소화기는 연면적 33㎡ 이상 모든 층에 설치돼야 한다. 스프링클러는 호텔 층수가 11층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이면 모든 층에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연면적이 1500㎡이상이거나 옥상 차고 또는 주차장 용도로 200㎡ 이상이면 옥내소화전을 갖춰야 한다.

화재 발생시 타종과 음성으로 피난을 지시하는 경보설비도 중요하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연면적 400㎡이상이면 비상경보설비가 연면적 3500㎡ 이상이거나 층수가 11층 이상이면 비상방송설비가 필수로 있어야 한다. 또 연면적 600㎡이상이면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갖춰야하고 층수가 30층 이상이면 자동화재속보설비가 필수다.
불이 난후 투숙객들의 피난을 돕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피난 시설 역시 다양하다. 일례로 유도등은 전체에 설치돼야 하고 휴대용비상조명등은 객실마다 1개 이상 구비돼 있어야 한다. 또 지상 3층부터 10층까지는 피난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공기호흡기와 같은 인명구조기구 배치는 지하층을 포함해 층수가 7개층 이상인 관광호텔에서는 의무사항이다.
이밖에 16층 이상이면 특별피난계단이, 11층이상이면서 층 바닥면적이 1만㎡ 이상이면 헬리포트를 갖춰야 한다. 높이가 31m를 초과하는 건축물이라면 비상용승강기도 필수다.
문제는 이같은 소방시설을 잘 갖춰는 놓았으나 해당 시설을 정상 상태로 유지 관리 하지 못하는 특급호텔들이 많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호텔 내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시내 특급호텔 점검을 나가보면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위법 사항을 많이 적발하게 된다"면서 "피난계단 부속실에 식자재 등을 대량으로 쌓아둬 피난통로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거나 완강기를 방치해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