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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BNK를 5년내 순익 1조 금융그룹 만들것
입력 2019-01-13 17:33  | 수정 2019-01-13 23:48
총자산 100조원을 보유한 지방 금융그룹 맹주인 BNK금융그룹을 이끄는 김지완 회장(73).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악바리'다. 부산대 재학 중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그는 이후 부국증권에 입사한 지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52세가 되던 1998년에는 '증권가 최연소 사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현대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대표 등을 거치며 20년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치지 않아 '직업이 사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 회장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쌓아온 악바리 같은 모습은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맡으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전 경영진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수장 자리까지 모두 빈 경영 공백 상태였던 당시, 김 회장은 BNK금융을 살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회장으로 취임한 후 그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바로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김 회장은 "기존에 지주 회장이 겸임하던 부산은행장, 은행 이사회 의장 자리를 모두 분리하고 그룹장 제도를 만들었다"며 "계열사 CEO가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력을 과감히 분산해 회장이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부실을 막고 투명한 영업 관행을 만들기 위해 전원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백년대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여기에 그룹에 감사총괄담당 경영진을 선임하고 내부감찰반 조직도 신설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조직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은 김 회장은 이듬해인 2018년에는 본격적으로 CEO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20년째 금융계 CEO로 활약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총동원한 덕에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익 5393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늘어난 것이다. 그룹 총자산도 작년 3분기 기준 100조원으로 취임 전인 2016년 말보다 7% 불어났다. 자산관리(WM), 기업금융·투자은행(CIB), 글로벌, 디지털금융 등 4대 핵심 사업 부문을 정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은 덕택이다.
김 회장은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은 지난해 초 글로벌 독립 리서치 기관인 캐나다 BCA리서치와 업무제휴를 맺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70여 명에 달하는 자산관리전문가를 양성했다"며 "그룹만의 WM 브랜드인 'BNK 웰스타'를 론칭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자평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BNK캐피탈은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에 이어 4번째 해외 법인인 카자흐스탄 법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카자흐스탄 법인이 안정화되면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김 회장이 펼쳐 온 경영자로서의 행보는 올해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김 회장은 "지난해는 BNK금융이 오랜 관습과 관행을 깨고 원칙에 기반을 둔 투명 경영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며 "앞으로 5년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비은행과 비이자 부문을 확대해 연간 당기순익 1조원을 거두는 글로벌 스탠더드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내세운 BNK금융그룹의 중장기 경영계획 슬로건은 '성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딴 'GROW 2023'이다. 최고의 금융그룹(Great Financial Group)으로 변신하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Race for Global)으로 연간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혁신을 통한 고객 중심의 디지털 최적화(Optimize Digital Experience),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Well-balanced portfolio)로 비은행 부문에서 당기순익의 30%를 달성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NK금융 총자산이 연결기준 100조원, 연간 당기순익이 2017년 기준 4000억원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자산은 50조원, 당기순익은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방 금융그룹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세우면서도 김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를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인 '본립도생(本立道生)'으로 정했다.
김 회장은 "우선 회사 안에서 임직원이 서로 수평적인 리더십을 갖춰 배려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면 금융의 가치는 저절로 생기게 돼 있다"며 "이렇게 생긴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고 베풀어 경영의 도(道)를 실천하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수평과 배려의 리더십은 평소 '금융은 사람'이라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을 통해 BNK 내부에도 잘 스며들고 있다.
그는 "금융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이라며 "직원이 건강해야 성과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만큼 일단 임직원을 위한 투자라면 무조건 1순위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김 회장 취임 후 BNK금융에는 다른 금융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직원용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됐다. 직원들이 조깅이나 등산, 계단 오르기를 하고 양심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건강 마일리지'는 증권사 대표 시절부터 등산 마니아로 유명한 김 회장의 '사심'이 반영된 제도다. 이렇게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우수 직원에게는 연말에 다양한 포상과 함께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김 회장은 "나부터 매일 출근과 퇴근을 할 때 집무실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주말에는 꼭 산을 찾아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함께 운영 중인 '교육 마일리지'는 직원들이 독서, 대학원·학원 수강, 세미나 등에 참여하면 쌓을 수 있다. 건강 마일리지처럼 많이 적립한 직원에게는 자기계발 장려금이 지급된다.
본부장 이상 경영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지식 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자발적으로 외부 연수나 각종 포럼에 참석하고 특히 외부 행사에 직접 강사로 나서면 해외연수 특전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해외연수 기회를 얻은 BNK그룹 임직원은 무려 246명에 달한다.
직원의 기를 살리는 김 회장의 파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회장이 취임한 후 지주에는 회장 직속의 '그룹인재개발원'이 탄생했다. 그룹 전 계열사 직원들을 위한 공동 연수와 맞춤형 교육, 해외 연수 등 다앙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발원을 열면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 "미국이나 홍콩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합격하기만 하면 학비부터 체재비까지 모두 회사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현재 임직원 사이에서는 '제1의 BNK 장학생'이 되기 위한 '열공' 분위기가 뜨겁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 설명이다.
He is…
△1946년 부산 출생 △부산상고, 부산대 무역학과, 홍익대 대학원 세무학 석사 △1998년 부국증권 대표이사 △2003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2008년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2008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2012년 하나금융지주 상임고문 △2016년 인산교육재단 감사 △2017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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