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有주택자 "막차잡자"…잔여분 청약 `후끈`
입력 2019-01-11 17:34  | 수정 2019-01-11 19:09
무주택자에게 잔여가구를 우선 배정하는 청약제도 개편을 앞두고 잔여가구 추첨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지난 10일 잔여가구 추첨 결과 평균 경쟁률 820대1을 기록한 GS건설 안양씨엘포레자이 견본주택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제공 = GS건설]
아파트 청약 신청 후 부적격자와 미계약 물량에 대한 잔여가구 추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다음달 잔여가구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청약제도 개편안을 앞두고 무주택자가 아닌 청약자들이 막판에 몰리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최근 정부 규제로 거래가 얼어붙어 있긴 하지만 억눌린 수요와 주택을 노리는 유동성은 여전히 넘쳐난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분양업계 등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새해 들어 진행된 서울과 경기도권 잔여가구 추첨에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몰렸다.
지난 10일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안양씨엘포레자이' 잔여가구(20가구)에 대한 인터넷 추첨을 진행한 결과 총 1만639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820대1로 마감됐다. 실수요 면적인 59㎡C의 경우 3가구 모집에 무려 1만1151명이 지원해 3717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보다 작은 소형 타입 역시 최소 1000명 이상 지원하며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작년 7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안양씨엘포레자이는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환경이 우수하다는 장점에 인기를 모아 평균 경쟁률 25대1로 1순위 마감된 바 있다. 평균 잔여가구 경쟁률이 수천 대 1이 나오기도 하는 서울과 핵심 입지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주춤하는 부동산 경기와 경기도라는 입지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잔여가구 추첨에 몰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말 강남권 로또단지로 불렸던 서초구 '디에이치 라클라스' 역시 같은 날 진행된 잔여가구 추첨에서 8가구 모집에 5267명이 지원해 65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4000만원이 넘는 데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부담에도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당첨을 위해 줄을 선 셈이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에서 진행하는 20가구 이상 잔여가구 청약에 대해 무주택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또 기존 잔여가구 추첨제도가 지역, 청약통장 가입 여부 등과 무관한 100% 추첨제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개편된 제도는 해당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해 1주택자뿐만 아니라 원정 투자를 희망하는 타 지역 투자자들의 진입조차 완전 봉쇄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실상 유주택자의 투기성 청약 유입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손보면서 본격 시행되기 직전 유주택자의 마지막 당첨 기회에 대거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래전 건축한 아파트들이 주축이 된 서울·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선명해지자 잔여가구 막차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까지 유입되는 분위기다.
실제 10일 발표된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 하락하며 9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라클라스가 위치한 강남구 역시 평균보다 높은 0.13% 떨어지며 계단식 하락을 이어가고 있지만 잔여가구 추첨은 반대되는 분위기를 보이는 셈이다.
잔여가구 추첨 결과는 여전히 억눌린 시장 수요가 갈 데 없이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재개발 단지 개발이 사실상 올스톱된 현재 수억 원씩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기존 아파트를 사기보다 조금 더 관망하며 청약 기회를 엿보는 실수요자가 아직도 많다는 의미"라면서 "무주택자의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제도 개편과 더불어 신규 공급을 확대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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