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월 9일 뉴스초점-성추행 판사가 변호사?

성범죄 피해를 당해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알고 보니 그 변호사가 성범죄자였다. 어떨까요.

2년 전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전직 판사에게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를 해도 좋다며 등록을 허가해줬습니다. 적발 당시부터 사회적으로 큰 비판 여론이 일었음에도 말이지요. 앞서 이미 4년 전 후배들을 수차례 성추행한 전직 판사에게도 변호사 허가를 내줬으니, 몰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나 봅니다.

변호사법엔, 벌금형이나 감봉 정도론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이나 심지어 파면을 당해도 집행 후 5년이 지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몰카 판사'는 벌금 300만 원,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성추행 판사'는 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지만, 법원에선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으니, 안 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물론,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 역시 주먹구구.

2016년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징계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사직한 전직 부장판사에겐 등록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개업을 허가해줬습니다.

사실 어떤 단체건 회원이 많을수록 좋긴 할 겁니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과 도덕성을 중시해야 하는 법조인을, 그저 한 단체의 회원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법원에서 징계와 처벌을 제대로 했더라면, 성범죄자가 변호인이 되는 이런 기막힌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앞서 말한 성추행 판사는 지금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각종 성범죄 사건을 맡아 무혐의나 감형 처분을 받아냈다고 광고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과연, 성범죄를 저지른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위해서 어떤 변론을 할지, 심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