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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640조의 힘…전주 국제금융도시 `잰걸음`
입력 2019-01-09 17:38  | 수정 2019-01-09 19:50
글로벌 수탁자산 2위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에 이어 1위 뉴욕멜론은행까지 전주 사무소 개설 행렬에 동참하게 된 것은 637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힘이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글로벌 투자를 원활히 전개할 수 있는 투자 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되며 전주시는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을 얻게 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제2사옥 신축에 첫 삽을 뜨고 2022년까지 JB금융센터(가칭)를 완공해 국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데 보폭을 넓혀 갈 계획이다.
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뉴욕멜론은행과 SSBT는 올해 3월 전주 사무소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인가 이후 구체적인 장소가 결정될 예정인데, 두 은행은 국민연금과 업무협약(MOU) 체결을 전후로 인력 채용과 임시 사무소 개설 등 정식 사무소 개설 전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두 은행은 국내 금융당국의 인가를 위한 사전 협의를 완료했고 조만간 인가 신청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두 은행은 세계 82개 국가에 투자된 국민연금 자산 191조원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며 "24시간 자금 결제, 회계 처리, 세무 등의 업무 지원과 시공간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은행의 수탁 규모와 글로벌 역량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글로벌 투자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784년 설립된 뉴욕멜론은행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수만 102개, 직원은 5만2000명에 달한다. 3만6000여 명이 근무하는 SSBT 역시 전 세계 108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4시간 운용 인프라를 구축해 해외 중앙예탁원, 글로벌 거래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전체 자산 중 해외주식 목표 투자 비중을 올해 20%에서 30% 내외로, 해외 채권 역시 4%에서 5% 내외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 투자할 때 주로 기금을 위탁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지만 직접 운용을 늘리는 등 투자 방식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해외 투자 확대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연못 속 고래'가 아니라 '전 세계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로서 세계 지역별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글로벌 수탁은행 사무소 유치는 외국계 은행들의 잇단 이탈과 맞물려 조명을 받고 있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에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과 RBS피엘씨, BBVA, 바클레이스, UBS 등 5개 은행이 한국 지점을 폐쇄했다. 2016년 43개사에 달했던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 역시 2018년 말 기준 38개로 줄어들었다. 뉴욕멜론은행과 SSBT 모두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은행이지만 지방 중소도시인 전주에까지 사무소를 내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글로벌 수탁자산 규모 1·2위 은행을 유치해 국내 금융산업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에 치중한 투자로 국민연금에 대해 '연못 속 고래'라는 비판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력 체계 강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해외 금융기관 유치가 국내외 금융회사 간 교류 확대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금융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 해외 기관 유치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설립이 목표인 JB금융센터가 대표적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로 조성될 JB금융센터는 금융오피스, 문화시설, 회의시설, 숙박시설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향후 불어날 기금 규모와 그에 따른 운용역 증가에 대비해 만드는 제2사옥(기금관) 역시 올해 첫 삽을 뜰 것으로 기대된다. 제2사옥은 지하 1층~지상 9층, 연면적 2만389.68㎡ 규모로 약 372명의 직원을 수용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2500조원까지 불어날 기금 규모와 그에 따른 운용역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데, 제2사옥 설립으로 수용 인원이 645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과 운용역 확보 등 인적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2020년 운용인력을 500명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계속되는 인력 이탈에 현행 정원마저 채우지 못하는 등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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