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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 편견 깬 여자농구 올스타전, 장충 추억보다 중요했던 정성
입력 2019-01-07 06:04 
6일 장충에서 치러진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사진(장충)=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장충) 황석조 기자] 재미없다, 볼거리가 없다.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등등. 최근 여자 프로농구를 수식하는 표현이다. 냉정하고 잔인하지만 현실인 것이 분명하다. 팬 투표 1,2위로 뽑힌 김단비(신한은행), 강이슬(KEB하나은행) 등 스타급 선수들도 이와 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런 와중 맞이하는 올스타전은 여러모로 불안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흥행과 내실에서 비교적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13년 만에 다시 열린 장충 올스타전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됐는데 그 안에서 각종 신경 많이 쓴 티가 나며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놨다. 모든 것이 재밌고 모든 점이 완벽하진 않았으나 리그가 처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분명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경기 전부터 장충체육관 주변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했다. ‘서울에서 여자농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다 주말을 맞아 추억을 회상하는 중년팬,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겨울 스포츠경기를 보고자하는 가족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경기장 좌석도 빼곡하게 채워졌다. WKBL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에 3591명이 찾았는데 매진에 단 33석이 모자랐다. 눈으로 봐도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한 느낌을 줬다.
구성된 이벤트는 다채로웠다. 여자농구 올스타전의 백미인 3점슛 콘테스트는 물론 근엄한 감독들이 복근운동을 하는 익살스러운 장면,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레전드 매치업, 나아가 현역과 레전드들이 팀을 구성해 본 경기를 뛰는 장면까지. 현역은 현역대로, 레전드는 레전드대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또 즐겁고 역동적인 경기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경기분위기를 띄웠다. 3연속 올스타전 팬투표 1위를 차지한 김단비는 대표 스타답게 경기 전후로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경기 중간에는 자유투 기회를 팬에게 직접 제공하는 인상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MVP를 차지한 강이슬은 슈터답게 초반부터 연거푸 3점슛을 성공했고 또 귀여운 세레머니로 팬들 박수를 자아냈다. 카일라 쏜튼(KB)은 내내 파이팅 가득한 모습은 물론 일일 감독행세에 직접 심판역할도 했다.
15점, 14점 한 점차로 갈린 3점슛 콘테스트 결선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시즌 동안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경기를 치르는 근엄한 사령탑들도 웃는 얼굴로 적극적으로 팬서비스 행사에 참여했다. 잠시 동안은 시즌 때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감독들의 이색 복근운동 등 평소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 올스타전서 펼쳐져 흥미를 일으켰다. 사진(장충)=옥영화 기자
사실 이번 올스타전이라고해서 특별히 더 재미있는 구성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해마다 비슷한 컨셉의 반복이다. 그렇기에 결국 내용보다 얼마나 성의 있게 이를 진행하는냐가 중요한데 올 시즌은 선수들의 정성어린 모습이 비교적 많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의 재미와 추억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말 오후를 따뜻하게 보내고자 하는 가족팬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았을 터다.
이벤트이자 축제인 올스타전 앞에서는 최하위팀 신한은행도, 주인 없어 답답한 OK저축은행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였고 농구로 이어져있었다.
다만 옥에 티도 분명 존재했다. 즉흥 이벤트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돌연 3점슛 콘테스트 결선 후보자 4명(강이슬, 박혜진, 박하나, 김아름)을 세워 두고 이상형 월드컵을 벌이는 민망한 장면을 연출한 것은 무리수로 평가받을 만 했다. 해마다 계속되는 여자선수들의 걸그룹 댄스도 이제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여자농구도 ‘댄스가 꼭 세레머니가 돼야 하는 지 역시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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