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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복귀’ 염갈량, 2019년 가을엔 웃을 수 있을까 [기해년 소망]
입력 2019-01-05 06:00 
SK사령탑으로 3시즌 만에 현장에 복귀한 염경엽 감독.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디펜딩 챔피언으로 2019시즌을 준비하는 SK와이번스의 가장 큰 변화는 사령탑이다. 지난 2시즌 동안 단장을 역임했던 염경엽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결과다. 2016시즌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고 있던 염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SK로 간다는 루머에 휩싸였고,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루머와 달리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을 선임했고, 염 감독은 단장으로 영입했다.
SK는 2018시즌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장에서 힐만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였고, 염 감독은 단장으로서 뒤에서 묵묵하게 수완을 발휘했다. 2017시즌 초반 KIA타이거즈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노수광, 이성우 등이 우승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재계약하지 않고, 먼저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유력한 차기 감독후보였던 염 단장은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염경엽 감독은 3시즌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넥센 시절 염 감독은 꾸준히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 부임 전 넥센의 주축으로 떠오른 서건창과 박병호, 강정호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한현희-조상우-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필승조도 구축했다. 손승락이 FA로 롯데 자이언츠로 떠나고 나서는 김세현(현 KIA)이라는 마무리도 발굴했다. 선발진에서는 신재영이라는 히트 상품도 만들었다. 그저 그런 내야수였던 김민성을 준척급 3루수로 만든 이도 염경엽 감독이다.
이런 용병술로 염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지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염 감독의 지도철학은 뚜렷하다. 선수의 역할론이다. 선수가 어떤 역할을 할지, 시즌 전에 미리 정하고 들어간다. 선수들도 자신의 플레이를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2013시즌 정규리그 3위, 2014시즌 정규리그 2위, 2015시즌 정규리그 4위, 2016시즌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유독 약했다. 2013시즌에는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목동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 잠실 원정인 3, 4차전을 모두 내준 뒤 목동에서 열린 5차전까지 내주는 리버스 스윕으로 패퇴하고 말았다. 5차전에서 9회말 2사 이후 박병호의 극적인 동점 스리런홈런이 터졌지만, 연장 혈투 끝에 허무하게 첫 가을야구가 끝났다.
2014시즌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LG트윈스를 3승1패로 누르고 넥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에 2승4패로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2015시즌에는 SK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이겼지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설욕에 실패했다. 특히 1승2패로 몰린 4차전에서 9-5로 앞선 9회초 조상우가 무너지며 6점을 헌납, KBO리그 역사에 남을 대역전극으로 패한 장면은 뼈아플 정도다. 2016시즌에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서도 LG에 1승3패로 패퇴하고 말았다.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염경엽 감독은 3건의 트레이드 등을 통해 새롭게 선수단 구성에 나서는 등 빠르게 자신의 색깔을 주입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력 면에서 디펜딩 챔피언 SK의 2019시즌 가을야구 진출은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다. 넥센 시절처럼 단기전에 약하다는 오명을 염 감독이 씻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전임 힐만 감독이 철저하게 데이터 위주의 야구를 했다면, 염 감독은 데이터와 자신의 직관을 적절하게 섞어 팀을 운영하는 게 특징이고, 염갈량이라는 이미지 메이킹도 여기서 나왔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감독의 직관력이 돋보인다. 때로는 약이 되지만, 때로는 독이 된다.
염경엽 감독 개인적으로도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감독만 잘해서는 우승을 할 수 없지만, 선수를 기용하는 건 감독이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사령탑에 오른 염갈량의 지략이 SK에서는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어쩌면 기해년, SK의 소망이자, 염 감독의 소망일지 모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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