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OP] 미국·일본·남미까지…K팝 더 크게 울려퍼진다
입력 2019-01-04 17:07 
2018년은 K팝 팬들에겐 꿈같은 한 해였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보이그룹이 난공불락 미국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K팝 팀이 노래를 내면 아이튠스 수십 개 국가 차트 1위에 오르는 건 어느덧 예삿일이 됐다. 각 팀의 팬클럽은 단꿈에 젖어 있으면서도, 곧 꿈이 깨져버릴까 마음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기해년 세계 곳곳에서 K팝이 특이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 보이그룹 위주였던 미국 진출이 걸그룹에까지 확산되고, 지구 정반대편 남미에선 라틴팝과 결합한 한국 노래가 울려퍼진다. 한류에 대한 경계 분위기가 상존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기존과 다른 K팝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초격차로 달리는 K팝의 새로운 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걸그룹의 미국 진출
미국은 한국 가수들에겐 오랜 꿈의 무대였다. 보아, 원더걸스, 싸이 등 많은 K팝 아티스트가 문을 두드렸지만, 일시적 화제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어워드 2년 연속 수상, 뉴욕 메츠 홈구장 공연 매진 등 기록을 세우며 미국 시장에 안착했다. 갓세븐, 몬스타엑스 등 힙합색 강한 남성 팀도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 인기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제는 걸그룹이다. 블랙핑크는 4월 12일과 19일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오른다. 매년 봄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다. 비욘세, 드레이크 등 세계 최고 인기 가수들이 이 무대를 거쳤다. 한국에서는 2016년 에픽하이가 무대에 선 바 있으며, K팝 아이돌 그룹이 초대된 건 처음이다.
레드벨벳은 첫 미국 단독 콘서트에 나선다. 2월 8일 LA를 시작으로 미국 5개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이다. 레드벨벳이 부른 '배드 보이'는 지난해 '빌보드 올해 최고의 K팝 노래'로 꼽힌 바 있다. 몽환적 감성이 강점인 오마이걸 역시 이번 달 애틀란타 등 미국 5개 도시를 돌며 단독콘서트를 펼친다.

◆ 일본 내 혐한 뚫은 K팝
지난해 하반기 일본 내 K팝에 위기가 감지됐다. 방탄소년단의 아사히TV 음악방송 '뮤직스테이션' 출연이 돌연 취소되고, 트와이스가 우익 정치인의 비판을 받는 등 반한 기운이 올라오면서다. 한국 가수가 정상적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혐한 감정이 고조됐던 2010년대 초반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걱정은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11월 13일 도쿄돔 콘서트를 하며 바로 씻겼다. 진작 전석이 매진됐던 공연에 팬들은 긴 줄을 드리워 기다렸다. 방탄소년단은 12·13일 나고야, 다음달 16·17일 후쿠오카 공연으로 일본 투어를 이어간다.
트와이스는 올 3월 오사카 교세라돔을 시작으로 도쿄돔과 나고야돔을 도는 돔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한국 걸그룹이 '돔 투어'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트와이스는 멤버 3분의 1을 일본인으로 꾸리는 구성으로현지에서 친근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 중남미, K라틴팝의 탄생
남미인들은 K팝으로 라틴댄스를 추고 있다. SM엔터 아티스트는 18·19일 칠레 최대 규모 경기장인 산티아고 국립경기장에서 노래한다. SM 합동 공연이 남미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출연진은 보아, 슈퍼주니어, 샤이니 키, 태민, 에프엑스 엠버, 엑소 등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드림캐쳐, CLC 등 국내 인지도는 다소 낮은 팀도 남미에서 지속적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중남미는 거리상 기존에 교류가 적었던 지역이었으나 한국 아이돌 음악과 영상물이 유튜브로 퍼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K팝 아티스트 섭외가 동남아시아만큼이나 자주 들어오는 곳이 중남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아이돌은 K팝에 라틴팝을 결합해 중남미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슈퍼주니어는 라틴팝으로 가득 채운 앨범 '원 모어 타임'으로 '빌보드 라틴 팝 디지털 송 차트'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멕시코 매거진 '15a20'는 슈퍼주니어를 "K라틴팝의 황제"라고 극찬했다. NCT 127도 지난해 라틴 트랩을 앞세운 '레귤러'로 중남미 지역 인기를 크게 올렸다.
◆ 한한령 중국도 뚫는다
한국 가수가 펼치는 대형 공연을 가로막은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7년 이후 K팝은 중국 시장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주요 엔터테인먼트회사는 최근 중국 로컬회사와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현지 그룹'을 데뷔시키는 전략을 수립했다. 텐센트와 JYP가 손잡고 지난해 8월 중국에 데뷔시킨 남성 그룹 보이스토리는 데뷔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같은 해 11월 중국 음악차트쇼 '요!뱅'에 나가 출연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좋아요' 표를 획득했다.
SM엔터는 이달 대형 보이그룹을 중국에 데뷔시킨다. 플랫폼형 보이그룹 NCT의 중국팀 격인 '웨이션브이'다. 중국 합작 레이블 '레이블 브이(Lable V)'를 통해 데뷔해 현지에서도 거부감이 덜하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중국 아이돌 팝은 몇 년 전의 K팝을 고스란히 연상시킬 만큼 수준도 올라와 있다"며 "현지 분위기와 수요를 잘 아는 중국 회사, 그리고 K팝과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의 발굴과 계약)가 가능한 국내사가 합작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기획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 K팝 열풍 얼마나 갈까
K팝의 진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류의 범주를 벗어난 방탄소년단 신드롬의 낙수효과다. 정병욱 평론가는 "K팝의 현재 인기는 방탄소년단 성공이 미친 영향이 크다"며 "그간 꾸준히 세계 진출을 도전해온 한국 뮤지션의 활동이 이와 맞물려 K팝의 자장을 넓혔다"고 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혐한 분위기에도 계속 인기를 끌었던 건 '한류'와 다른 차원의 전 세계적 트렌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산업 중심 미국에서 '글로벌 팝'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K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최근 북미에서 라틴 뮤직이 강세를 보이거나, 로컬로 소비되는 유럽 아티스트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며 "명목상의 글로벌이 아닌 '진정한 글로벌 팝'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방탄소년단 외의 그룹이 미국 내에서 '주류 음악'으로 인식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황 평론가는 "블랙핑크, 레드벨벳이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지만, 일반인들까지 알 수 있을 만한 영역으로 올라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도 블랙핑크가 '코첼라'에서 서브 헤드라이너 격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서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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