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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금융사 팔면 2.5조 확보…油化에 쏟는다
입력 2019-01-03 17:54  | 수정 2019-01-03 20:59
◆ 레이더M ◆
2019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재계 '빅샷'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무대 경쟁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외 M&A 시장에서 '건곤일척' 승부수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M&A 시장에 적극 참여할 기업으로는 SK, LG, 롯데, CJ 등이 꼽힌다. 다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내외 M&A 시장 참여에 앞서 지배구조 개편이나 계열 분리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M&A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부문 투자, SK의 미국 바이오제약업체 암팩(AMPAC) 인수,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 등 M&A 시장에서 자금 수조 원을 투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글로벌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강조하는 만큼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행보가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IB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서 투자부문(중간지주)과 사업부문(SK텔레콤)으로 물적분할을 진행한 뒤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 등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라이트 제조업체 ZKW를 인수하며 글로벌 무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LG는 올해 초반 계열 분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는 서브원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부문 사업 분할, 판토스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했다. 다만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예상됐던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사 분리 관련 논의는 잠잠한 모양새다.

LG가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는 만큼 IB업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유플러스, LG전자 전장사업 부문 등을 가지고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재무적·현실적인 이유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자신의 LG 지분을 들고 구광모 회장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지분 교환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로운 롯데, CJ 등은 2019년 더욱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선언하면서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롯데카드·롯데캐피탈·롯데손해보험 매각을 통해 최소 2조5000억원 넘는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활용해 M&A 시장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롯데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이후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M&A에 적극 뛰어드는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롯데의 50조원 투자 계획에서 건설·화학 부문에 가장 많은 20조원이 배정됐다.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새로운 생산설비를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M&A를 통해 좋은 매물을 인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 의지에 따라 올 한 해도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J는 CJ제일제당을 통해 미국 냉동식품회사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현재도 CJ대한통운의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 방송·저작권 배급사 '에코라이츠'를 인수한 CJ ENM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추가 M&A에 나설 실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딜도 진행될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OB맥주 매각 가능성과 김정주 넥슨 회장 지분 매각을 주목하고 있다. 2014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가 OB맥주를 인수했을 때 투자한 금액은 약 6조원이었다. 인수 이후 5년 가까이 지난 가운데 지난해 말 오비맥주 노조를 중심으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IB업계에서는 매각이 '한 방'에 진행되면 금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 매각 가격 역시 보유 지분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을 더하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OB맥주와 김 회장 지분 매각 모두 기존 M&A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약 9조원)를 뛰어넘는 만큼 IB업계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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