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버리지펀드에 `뭉칫돈`…증시 불안에 살얼음판
입력 2019-01-03 17:45  | 수정 2019-01-03 19:25
지난해 코스피가 17% 이상 빠지면서 몸값이 떨어진 레버리지 펀드에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그만큼 기해년 초 증시 반등을 점치는 투자자가 많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인버스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반대로 연초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추세적 반등 흐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위험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3282억원이 레버리지 펀드로 향했다. 석 달로 범위를 넓혀 보면 레버리지 펀드로 몰린 자금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가 오르면 지수의 2~4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2~4배까지 손실을 볼 수 있어 고위험 투자상품에 속한다. 펀드별로는 코스피200의 두 배를 추종하는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에 한 달 새 가장 많은 금액(292억원)이 몰렸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구조인 인버스 펀드에서는 12월 한 달 새 5159억원, 석 달 새 1조1208억원이 빠져나갔다.
중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펀드도 러브콜을 받았다. '미래에셋차이나H레버리지1.5증권투자신탁'에는 이 기간 71억원,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증권자투자신탁'과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증권자투자신탁'은 도합 11억원을 끌어모았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24.6%, 33.2% 폭락하는 등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중국 정부가 천명한 경기 부양책과 무역분쟁 완화 분위기가 새해 중국 증시를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수익률은 투자자 발걸음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던 산타 랠리도 없었을뿐더러 새해 장 개장 이후 이틀 연속 증시가 하락 마감하면서 레버리지 펀드는 한 달 새 4% 손실을, 인버스 펀드는 2% 수익을 기록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말 증시가 심리적 지지선인 2050선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펀드 매수와 인버스 펀드 차익 실현이 집중됐다"며 "경험적으로 봤을 때 1월 첫째주에 한해서는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레버리지 상품을 장기적으로 들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연말·연초에 통상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지만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어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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