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댈곳 없는 韓증시 맥없이 추락
입력 2019-01-03 17:45  | 수정 2019-01-03 19:28
3일 코스피는 미국 애플의 부진한 실적 충격에 2000선이 무너지며 종가 기준 2년1개월 만에 최저인 1993.7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거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해 10월 말 한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10월 내내 이어지며 코스피가 2016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000선 밑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600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연말 들어 소폭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였던 코스피는 2019년이 시작되자마자 3일 다시 2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폭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10시께 2000선 아래로 떨어진 후 장 내내 2000 내외로 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오후 2시 이후 매물이 급증하며 2000 밑으로 내려갔다.
현재 주가 수준은 경기 하강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왔다. 최근 중국은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2017년 6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1월 경제 지표부터 드러날 것이라는 점 또한 예측돼 온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악화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각종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화된 위협에 투자자 불안이 더욱 커졌다. 애플 1분기 실적 전망이 하향된 것 역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전반이 악화되고 소비가 줄며 자연히 애플의 중국 매출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의 실적 악화 역시 무역전쟁 여파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소비가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에 더욱 안 좋은 지표가 나올 수 있다.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선물을 매수했던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선 점도 지수를 끌어내린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자 기관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가격이 떨어진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았기 때문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약 889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대로 기관은 코스피200 선물을 약 38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68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말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약 8106억원어치 순매수하고, 기관은 1조4586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수했다. 당시 기관은 코스피 현물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이 코스피 시장에서 프로그램을 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팔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말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가 기관 현물 매수로 이어진 것과 반대 상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종목들은 이날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를 지지했다. 통신주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주가는 이날 각각 1.1%, 0.33%, 0.84% 상승했다.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2.19%, 3.78% 상승했으며, 현대글로비스는 5.98% 상승 폭을 보였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통신주는 기저 효과에 더해 5G 상용화 수혜가 예상된다"며 "현대차그룹주도 새로운 사업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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