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쇄도하는 모바일 연하장, 2030세대에겐 스트레스
입력 2019-01-03 15:35 
신년 인사를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는 게 보편화됐지만 젊은 세대 중에는 `카톡 연하장`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2019년 새해로 넘어가는 새벽, 사회초년생 강지예 씨(26)는 12시가 넘어가며 이어지는 신년 인사 메시지에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강씨는 "12시부터 보내온 카톡을 무시할 수 없어 여러 사람에게 모두 답장을 해주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심지어 이미지나 이모티콘 하나만 보낸 성의 없는 카톡이 상사에게 오면 성의껏 답장을 줘야 하나 고민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장 사람들에게 새해부터 일일이 연락을 하고 있자면 업무 시간 같은 착각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신년 인사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게 보편화됐다. 최근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성인 7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족·친구 등 격의 없는 사이에서 인사를 나눌 때 선호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응답이 33.9%로 가장 높았다. 잡코리아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를 가장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 중에는 '카톡 연하장'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 상사들에게 보낼 새해 메시지에 부담감이 크다는 김형호 씨(27)는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새해 며칠 전부터 걱정이 컸다"며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회사 사람들에게 보낼 새해 인사가 괜찮은지 미리 확인도 한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혜주 씨(32)는 "낯선 사람에게 새해 인사 카톡을 받았는데 거래처 사람인가 싶어서 일단 답장을 보냈다"며 "인사치레처럼 느껴지고 인맥 관리를 위해 억지로 주고받는 느낌이라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피곤하다"라고 설명했다.
젊은 직장인들은 예의가 필요한 사이에는 직접 쓴 새해 연하장으로 성의를 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사이에서는 정성을 담아 손수 쓴 연하장·카드를 22.4%로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전화통화가 18.8%, 모바일 메신저·문자메시지가 14.3%로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 성민지 씨(27)는 "카톡으로 대신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직접 캘리그라피로 쓴 연하장 카드를 새해 인사로 사무실에 돌렸다"며 "받는 사람들이 이 고생을 알아줄지 모르겠지만 아직 사무실 막내라 눈치가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관계 맺기를 어려워한다"며 "사회 초년생은 이제 사회에 적응하는 시기여서 관계 맺는 것을 어색해하고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새해 메시지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대 차이도 작용하는데 윗세대는 인사치레일 뿐이지만 사회 초년생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어려워한다"며 "젊은 세대는 상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고민하는 것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