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사의…후임에 조재연 대법관 내정
입력 2019-01-03 10:03  | 수정 2019-01-03 10:15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수습 방향과 검찰의 사법부 수사를 둘러싼 대법원 내부의 갈등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명수 대법원장(60·사법연수원 15기)과 법원 내분 수습 등을 두고 공공연하게 이견을 드러내 온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2·15기)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안 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쁘기 때문에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대법원장과 (사법부 내분 사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조사를 강행하기 위해 지난해 1월 25일 김소영 전 법원행정처장(54·19기)을 돌연 교체하고 후임으로 임명한 안 처장도 취임 약 1년 만에 처장을 그만두게 된 셈이어서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행정처장은 2년을 근무한다. 후임으로는 조재연 대법관(62·12기)이 결정됐고 대법원은 이를 10일 경 공표할 예정이었다. 안 처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지난 11월부터 거론돼 왔다.
3일 복수의 전현직 법원 인사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김상환 대법관(52·20기)이 취임한 뒤 대법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안 처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이 격무 탓에 건강이 악화된 점을 강조했고 갈등을 빚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안 처장은 실제 최근 법원 사태를 대응하며 건강이 악화돼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 내부에 김 대법원장이 설명한 안 처장의 사의 배경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법관들은 물론 법원 직원들도 김 대법원장과 안 처장 간 갈등이 깊어진 것을 실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 최대 위기 속에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대응 방향에 균형을 잡으려던 안 처장이 물러나게 되자 법원 내부는 "안타깝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김 대법원장과 안 처장의 갈등은 수차례 공개석상을 통해 드러났다. 한 예로 지난해 5월 안 처장이 단장을 맡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안 처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다시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 처장 주변에선 그의 건강이 악화된 것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혼란스럽게 대응하고 결국 검찰 수사까지 초래한 상황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그를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안 처장이 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취임한지 1년 3개월여만에 행정처장 두 명이 예상치 못하게 교체됐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이 지난해 1월 임명 6개월만에 교체된 것은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의 업무용 PC를 조사하게 해달라는 추가조사위원회의 요청을 반대하면서 김 대법원장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보완하고 검증할 새 기구 설치를 위해 행정처장부터 교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실제 이후 예상대로 진행됐다.
한편 후임 처장으로 결정된 조 대법관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성균관대학교 재학 당시부터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황 전 총리는 법무부장관 재직 중이던 2013년 한 언론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소송 제기했는데 당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로 재직하던 조 대법관이 황 전 총리를 대리했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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