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2%대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통화정책방향과 관련 "안정적인 성장세가 유지되고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에 수렴할 수 있도록 운용해 나가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 흐름 등 거시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특히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상황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등으로 글로벌 위험회피성향이 증대될 경우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내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 이 총재는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져 글로벌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통화정책의 대응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미 연준 등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미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수단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여건 변화에 적합한 정책운영 체계 및 수단에 대해 깊이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지금처럼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경기판단지표를 확충하고 예측모형을 개선해 전망의 정도(精度)를 높여야겠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지급결제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 결제비용 절감 등을 위해 다양한 지급서비스의 활성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겠다는 점도 피력했다. 이 총재는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한은금융망 구축사업은 향후 국내 지급결제제도의 근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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