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28일 뉴스초점-한국은 봉? 애플의 오만
입력 2018-12-28 20:23  | 수정 2018-12-28 20:48
팔 때도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팔고 A/S를 받으려면 대기 몇 시간은 기본에,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 불량 상품이라 보상을 해주겠다고 해서 갔더니 당일 예약이 다 찼다며 다른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내일 다시 오라고 합니다. 여기 물건, 또 구입하시겠습니까.

100만 원이 넘는 신형 스마트폰을 하루 5천 대 이상씩 팔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30%에 육박하는 애플의 행태입니다. 우리보다 시장 점유율이 적은 중국엔 43곳, 우리보다 면적도, 인구도 적은 홍콩엔 6곳이나 있는 직영 서비스센터도 한국엔 달랑 한 곳. 나머지는 외주업체에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서비스의 질도, 품질도 제각각입니다. '애플 A/S는 복불복, A/S 한 번 받으면 애플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는 말까지 나오지요.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은, 출시 가격부터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쌉니다. 미국에선 구형 폰을 반납하면 78만 원에 신형폰을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보다 30만 원이나 비싼 107만 원에 살 수 있습니다. 또, 보증기간 연장과 기기 파손 시 저렴하게 수리받을 수 있는 기기 보험 역시, 한국에선 가입조차 안 됩니다. 일부 소비자가 해외 계정으로 가입하자 이마저도 막아버렸죠.

신제품 출시 때도 개통 업무 외엔 광고와 판촉 비용 전액을 국내 통신사에 떠넘기고, 개통 행사 비용이나 진열대 설치비도 일체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판매 수수료는 꼬박꼬박 챙겨가지요. '살 테면 사라, 팔면 그만이다.' 식의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겁니다.

지난 6월 호주 경쟁 소비자위원회는 애플의 A/S 정책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74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법조차 없는 우린, SNS에 하소연하는 게 전부죠.

'자동차도, 명품도, IT 기기도 한국엔 풀기만 하면 된다!' 이런 취급을 받고도 계속 구입을 하는 소비자 탓을 해야 하는 건지, 우리 소비자를 봉 취급하는 이들에게 따끔한 말 한마디, 제대로 된 대응도 못 하는 정부를 탓해야 하는 건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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