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억류 됐다가 지난해 미국으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은 약 5억113만달러(5643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24일(현지시간) 판결에서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 살인과 그의 부모에 입힌 상처에 책임이 있다"면서 이같이 판결 내렸다고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보도했다.
판결문에는 "5일간의 단체 북한 관광을 떠나기 전, 버지니아 대학 3학년이던 오토 웜비어는 건강하고 큰 꿈을 꾸는 영리하고 사교적인 학생이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그의 마지막 고향 방문을 위해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그를 넘겼을 때는 앞을 못 보고 귀가 먹고 뇌사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웜비어 부모는 북한이 아들을 붙잡아 전체주의 국가의 볼모로 쓰는 잔혹한 경험을 직접 했다"고 덧붙였다.
웜비어의 부모는 법원이 아들의 죽음에 북한 정권이 법적·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들에게 정의를 얻을 때까지 절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하월 판사의 사려 깊은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웜비어 사망 이후 지난해 11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졌다.
미국은 피해자를 고문, 납치, 상해, 사망케 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 및 판결은 북한 측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북한은 아무런 답변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법원의 판결문이 북한에 전달되고,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여서 미국에서 압류할 만한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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