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24일 뉴스초점-공항갑질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입력 2018-12-24 20:25  | 수정 2018-12-24 21:05
7년 전, 2011년 미국 워싱턴에선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몸수색을 당하는 워싱턴 시장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빈센트 그레이 시장은, 당시 연방정부 예산안 통과에 반발해 시의원 41명과 함께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경찰의 눈에, 그가 30분간 도로를 가로막고 농성을 하는 모습이 들어온 겁니다. 인도 위가 아닌 도로를 점거하면 불법이거든요. 폴리스 라인을 치고 경고를 했음에도 시장이 그걸 넘고 계속 집회를 하자, 결국 경찰은 교통방해와 불법집회 혐의로 그를 체포합니다. 그리고, 7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후, 50달러의 보석금을 받고서야 풀어주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는 보안 검색이 그 어디보다 엄격해야 할 공항에서, 공항직원이, 그것도 신분증 확인을 위해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달라고 했다가 '갑질'을 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직원이 갑질을 하는 것 같았다.', '관련 규정이 없으니 확인해보려 했다.' 당시 신분증을 꺼내지 않고 되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던 김정호 의원이 한 말입니다.

국가 항공 보안 계획에 따르면, '공항 운영자는 보호구역으로 진입하려는 사람과 차량에 대해 출입을 통제하고 신원 확인과 보안 검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항공기 표준운영 절차 매뉴얼에는, '항공 경비요원은 승객의 탑승권과 신분증을 두 손으로 받아 육안으로 일치 여부와 위조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려면 신분증을 직접 만져보는 게 기본이지요.

공항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이를 몰랐다는 것도 이상하고, 규정을 차치하고라도,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직원이, 갑질을 하는 것 같았다는 말은, 더 이해가 어렵습니다. 앞서 보셨듯, 미국에선 사회 지도층이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엄격하게 공권력을 행사합니다. 그래야 공권력이 더 권위를 갖게 되니까요.

만약 김정호 의원의 황당한 갑질이 미국 공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리고, 만약 지금이 선거철이었다면, 그래도 김정호 의원이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법과 규정이 있음에도, 심지어 그걸 만드는 이들이 먼저 법을 무시하고 있으니 우린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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