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美 `디커플링` 조짐…코스피 바닥다지기?
입력 2018-12-24 17:42  | 수정 2018-12-24 19:50
국내 증시가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에 그치면서 디커플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한국증시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진 데다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의 수혜를 예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기업의 이익증가를 기대하기 이르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코스피는 2055.01을 기록해 지난 14일 대비 6거래일간 0.69% 하락했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0.52% 상승해 670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주요 지수는 일주일 새 7~8%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낙폭을 키우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비교적 악영향을 덜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상이 1주일째 지속되자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일고 있다. 이른바 한국-미국 증시 간 '디커플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 경기가 좋으면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는 연결고리가 깨졌다"며 "미국 경제는 호황이었지만 한국·중국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세계화 시대와 달리 각자도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 디커플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이 베어마켓으로 들어섰는데 베어마켓은 본래 많이 올랐던 시장이나 종목일수록 더 많이 떨어진다"며 "한국 증시는 1월 고점 이후 계속 조정을 받아 2007년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미국은 9월 고점 이후 조정에 들어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보다 가격부담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 하락이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때문인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는 경기둔화 우려와 정부 셧다운 이슈로 하락했다"며 "경기둔화 우려는 국내 증시에 이미 반영됐고 미국 정부 셧다운 이슈는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 끝에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미 연방정부가 22일(현지시간)부터 셧다운에 들어갔다.
오히려 한국 증시에는 중국발 훈풍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기대도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대외 개방과 내수 확대를 경기부양책 형태로 수용하고 있는 만큼 미·중 간 협상도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에 비해 중국 증시와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주식시장이 경기 부양을 바탕으로 저점을 통과하고 반등에 성공한다면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주요 수혜 업종으로 산업재가 꼽힌다. 중국이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펼치며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경우 국내 건설·기계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내수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에 따라 가전 등 필수소비재 산업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과 기계, 조선 등 산업재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증시는 미리 빠진 상태에서 최근 미국 증시가 떨어지고 있어 12월은 상대적으로 신흥국이 덜 떨어지는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경우 하방 경직성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있어 상승할 여력은 크지 않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진 국내 증시가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가 상승하려면 미·중 무역분쟁 완화나 미국 금리 인상 속도 추가 완화와 더불어 국내 경기침체도 진정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자체가 둔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 추세에 있는 만큼 중국 정책 동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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