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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현대 유니콘스…그리고 히어로즈의 얄궂은 운명
입력 2018-12-24 13:09  | 수정 2018-12-25 10:09
2012년 일구상 대상을 수상했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히어로즈 이사회의장에 선임돼, 다시 야구계로 복귀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이사회 의장(사외이사)으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히어로즈 측은 지난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을 제출했다. 골자는 구단 이사회의장을 외부 인사로 영입하겠다는 계획과 의장을 포함,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를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구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KBO로부터 영구실격 징계를 받았다. 횡령죄로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런 와중에 과거 히어로즈가 당사자였던 트레이드에 뒷돈이 오간 사실까지 밝혀졌다. 야구계에서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일을 했다. 다만 영구실격이라는 징계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장석 전 대표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이상, 대리인을 내세워 야구단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KBO도 개선안을 요구한 것이다.
어쨌든 허민이라는 외부인이 감시자로 구단에 들어오게 됐다. 허민 대표는 이미 야구계에서는 익숙한 사람이다. 벤처 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허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한 야구광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온라인 게임회사 네오플을 설립해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을 대 성공시켰다. 이어 2008년 7월 네오플을 넥슨에 3800억 원에 매각해 자신의 손에만 2000억 원 이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홀연히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 너클볼의 대가, 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전수받기도 했다.
2011년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독립구단이지만, 1년에 20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투자했고, 2014년까지 운영했다.
자신이 직접 선수로도 뛰었다. 2013년에는 미국 독립리그 락랜드 볼더스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올해 9월에 열린 2019 신인 2차드래프트에는 일반인 자격으로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강한 괴짜다.
사실 허민 대표는 히어로즈, 정확히 말하면 전신 격이나 다름없는 현대 유니콘스와 인연이 있다. 2007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려고 했던 인물이 바로 허민 대표다. 허 대표는 KBO가 현대 유니콘스를 위탁관리할 당시 인수대금까지 제시했지만 KBO로부터 거절당했다. 이후 현대가 해체된 뒤에도 팀창단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KBO는 이장석의 히어로즈에게 재창단 허가를 내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들은 허 대표가 현대를 인수했으면, 프로야구 역사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사실 이번에도 허민 대표는 히어로즈를 인수하려 했다. 이는 히어로즈 측은 허민 대표가 매각을 문의했으나 이장석 전 대표는 구단 매각 의사가 없다고 명확하게 밝혔다”고 먼저 밝혔다. 대신 경영에 나서게 됐다. 현대부터 히어로즈까지 허 대표와는 얄궂은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결국에는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나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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