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 "살해의도 없었다…살인죄 적용 말아야"

층간소음을 해결해주지 않았다며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가 첫 재판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살인죄 적용에 반대했습니다.

살인죄로 기소된 45살 최 모 씨는 오늘(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살해 고의는 부인하는 취지"라고 짧게 입장을 냈습니다. 최 씨에게 적용된 살인죄 대신 중상해치사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변호인은 핵심 증거인 폐쇄회로(CC)TV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내년 1월 23일에 열리는 2회 공판에서 밝히기로 했습니다.

피해자 71살 A 씨의 아들 B 씨는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최씨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B 씨는 "아버지는 일흔이 넘는 연세에도 한 푼이라도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려 십수 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찮게 여긴 경비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관두시라고 말리지 못한 내가 너무나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습니다.

이어 "사건 3일 전 내 둘째 아들이 태어나 아버지가 찾아와 기뻐하셨다"며 "마지막까지 가족과 손자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지,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아들은 또 "아버지가 억울하지 않게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행동으로 힘없고 선량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피고인에게 엄중한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주민인 최 씨는 올해 10월 29일 만취한 상태로 경비실을 찾아가 이곳에 근무하던 경비원 A 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A 씨는 폭행당한 직후 경찰에 신고하던 중 의식을 잃었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달 23일 끝내 숨졌습니다.

최 씨는 평소 A 씨에게 수차례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 씨는 당초 중상해 혐의로 구속됐으나 살인 의도가 있었던 점이 인정돼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돼 기소됐고, 이후 A 씨가 숨져 살인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됐습니다.

이 사건은 A 씨 자녀가 사건 나흘 뒤인 11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 씨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