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에서] "오늘 자퇴 어때요?"…소리 없는 폭력 '사이버 불링'
입력 2018-12-20 13:22  | 수정 2018-12-20 13:26
피해 아동이 지난 11월 학급친구들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 6학년 딸 카톡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 모 씨는 지난 11월 아이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한 학급의 규모가 4~5명 정도로 적은 기숙형 대안학교.
24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내야하는 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교우 관계가 중요해 신경을 썼는데 아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사진 합성 한 장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딸 아이를 찍은 사진에는 '오늘 자퇴 어때요?'라는 문구가 합성돼 있었습니다.


아이는 6개월 가까이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현장학습을 갈 때도 같은 반 친구들이 아이만 빼고, 보라색 옷을 맞춰 입거나 악세서리를 맞추는 식으로 은밀한 따돌림을 해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됐습니다.
김 씨는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며 "아이가 선생님도 날 도와주지 않고 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며 자책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 소리없는 폭력 '사이버 불링' 】
SNS가 발달하면서 학교 폭력도 사이버상으로 옮겨갔습니다.

SNS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이른바 '사이버 불링'은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이 됐습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악의적인 합성 사진을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단체카톡방에서 욕설을 반복해서 올리거나 몰래 찍은 사진에 비하성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당하는 아이는 극심한 고통과 불안에 시달립니다.

피해 아동이 그린 그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이런 '사이버 불링'의 유형으로는 SNS상에 익명으로 악성 댓글을 달건, 초성으로 피해자를 특정하고 욕설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익명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초성을 올리면 당사자들은 알아차리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SNS를 봤을 때 피해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 '사이버 인격' 침해에 법적 문제도 】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10대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따돌림은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선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사는 "사이버상 자기의 정체성을 자기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며 "피해학생은 또래 사이에서 자기의 지위를 잃어버렸다고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따돌림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노희준 변호사는 "사이버상 학교 폭력은 유형화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SNS 계정 도용에 허위사실을 게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별도로 형사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 아이와 SNS 관계 맺고 관심 가져야 】
지난 2016년 통계를 내보니, 교육부에 접수된 '사이버 불링' 피해신고는 2천여 건이 넘었습니다.
특히, 4년 사이에 두 배가 늘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앞서 말한 김 씨의 아이는 얼마 전, 졸업을 두 달 앞두고 전학을 했습니다.
전학을 가는 아이는 "새로운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까 무섭다"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는 자칫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학교폭력입니다.
전문가들은 평소 아이들이 사용하는 SNS를 부모도 함께 사용하고, 학교에서도 SNS 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게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 정수정 기자 / suall@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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