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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합리화하는 넥센, 반성 없는 궤변
입력 2018-12-19 16:39  | 수정 2018-12-19 18:00
19일 오후 히어로즈 이택근의 문우람 폭행사건과 관련해 KBO 상벌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이택근이 상벌위에 직접 출석해 문우람 폭행에 관해 진술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서울 도곡)=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사과를 한 것 같지만, 내용은 사과가 아니었다. 문우람 폭행 사건을 숨긴 넥센 히어로즈가 3년 만에 내놓은 입장은 궤변이었다. "심각한 폭행이 아니었다"라는 폭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평소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문우람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이택근이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 출석했다. KBO는 전날(18일)까지 해당 사건에 관한 경위서를 넥센 구단으로부터 제출받고, 이날 상벌위를 열었다.
비시즌 기간이라는 점과, 폭력 사건이 3년 전에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해서 가해자인 이택근이 직접 소명을 위해 출석한 것이다.
이택근은 2015년 5월 12년 후배인 문우람을 방망이로 폭행했다. 경기 도중 문우람이 머리 손질을 하는 등 팀 분위기를 헤친다는 이유로 선수단 집합을 시켰고, 이 자리에서 반발하는 문우람의 머리를 방망이 손잡이 부분으로 수차례 가격했다. 문우람은 다음날 서울 소재 병원 응급실로 가 뇌진탕 소견을 받고, 2군에 내려갔다 다시 1군이 복귀했고, 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했다.
이후 3년 동안 문우람의 폭행 피해는 묻혔다. 그 사이 승부조작 브로커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KBO에서도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문우람은 지난 10일 이 사실이 억울하다며 연 기자회견에서 3년 묵은 폭행 피해 사실을 밝혔다. 승부조작 브로커와 친하게 돼, 자신이 누명을 쓴 발단이 바로 이 폭행 때문이라는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뒤늦게 폭행사실을 인지한 KBO는 11일 넥센 구단을 상대로 경위서를 요청했다. 넥센 구단은 경위서 제출까지 7일이 걸렸다. 어쨌든 이택근의 상벌위 출석에 맞춰 구단도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택근이 문우람에 폭력을 휘둘렀던 상황을 구단에서 인지 하였으나 공개 하지 않았던 이유를 6가지로 정리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택근과 문우람이 이 사건의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빼고는 궤변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주장이었던 이택근이 팀 기강을 강조할 수밖에 없던 위치라는 점, 당시 이택근이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벽을 넘기 위해 선수단에 단합과 긍정적 분위기를 강조하며, 주장이자 최고 고참 선수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던 점,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구성된 프로야구 선수단 특성을 고려한다면 징계만으로 해결했을 경우 팀을 위해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란 염려가 있었다는 이유가 그랬다. 팀 기강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이 합당하다는 의미로 들릴 수밖에 없다. 또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하는 주장이 휘두른 폭력도 정당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밖에 없다.
넥센은 당시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구단의 판단이 부적절 했다고 판단되어 상벌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할 경우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라면서도 그날(2015년 5월) 이후 선수단에서 어떤 폭행건도 발생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 하였고, 향후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 면담 등을 실시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단 내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대한 반성보다는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이 이택근과 문우람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폭력은 합리화할 수 없다. 넥센 구단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3년 동안 숨겨왔던 폭력 사건에 대한 해명치고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넥센의 근본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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