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케이컬처 DNA] `K` 끌어모으는 넷플릭스…내년 한국 오리지널 라인업은?
입력 2018-12-19 16:18  | 수정 2018-12-19 16:58
[케이컬처 DNA] 넷플릭스가 K를 끌어모으고 있다. K드라마, K영화, K애니메이션, K예능 판권을 의욕적으로 사들일 뿐만 아니라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러브콜을 두고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분위기가 극명하기 갈리고 있다. 제작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반기는 반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넷플릭스에 지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내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과 함께 K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담겨 있는 속내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킹덤
`킹덤`의 작가 김은희는 조선에 좀비가 창궐하는 상상을 작품에 담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내년 1월 25일 공개되는 '킹덤'은 조선 좀비물이다.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는 성밖에 나가 좀비가 된 백성들을 만나게 된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추는 영의정 조학주와 생명존중 정신을 몸소 보여주는 의녀 서비는 각각 류승룡, 배두나가 맡아 세 흥행 배우의 연기 대결이 기대된다.
초호화 캐스팅과 함께 제작진도 이목을 끈다. 극본은 드라마 '시그널'로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다. 이를 영상화한 인물은 '끝까지 간다'와 '터널'로 감각적 연출을 뽐낸 바 있는 김성훈 감독이다. 스타 작가와 감독의 조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이야기 퀄리티를 담보하려는 포석이다.
왕세자로 분한 주지훈은 해외 팬층이 탄탄해 넷플릭스 가입자 유치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제공=넷플릭스

'킹덤'의 제작을 두고 일어난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넷플릭스의 'K 모으기'가 지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의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고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각국 매체를 모아놓고 밝혔다. 아직 시즌1이 공개되지 않아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말이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후속작 제작을 벌써 확정했는지 기자들 사이에서 궁금증이 증폭됐다. 하지만, 곧 이어 싱가포르 캐피털 시어터에서 1, 2회 시사회를 본 후 한국 기자와 해외 기자 반응은 엇갈렸다.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외신 기자들이 주로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면, 한국 기자 사이에서는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한국인에게 통하는 K콘텐츠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통하는 K콘텐츠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넷플릭스는 기왕이면 전자보다는 후자를 확보해 거대 시장 아시아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내년 넷플릭스 라인업 중 '범인은 바로 너!' 시즌2도 주목할 만 하다. 허당 탐정단이 몇 가지 사건을 맞닥뜨리고, 이에 대해 추리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시즌1은 올해 한국 최초 제작 예능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시즌2로 돌아온 것으로 봤을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배우 박민영과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연출자 장혁재가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신작 발표 행사에서 새 시즌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예능 황제 유재석, 코요태 김종민, 아시아의 프린스 이광수 등이 함께한 시즌1이었지만 엑소 세훈의 팬이 시청자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각종 SNS에서 '범바너!'를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게시물이 엑소 세훈과 관련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로 뻗어나가는 K팝의 팬덤을 넷플릭스 가입자로 유인하려는 전략이고, 이 전략은 차은우를 앞세운 유튜브 '탑매니지먼트'의 인기에서 보듯 유효하다.
세훈의 탐정룩을 볼 수 있다는 건 엑소 팬들에겐 큰 축복이다./사진제공=넷플릭스

◆ 좋아하면 울리는
`좋아하면 울리는`의 원작 웹툰 /사진제공=다음웹툰

천계영 작가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은 실사 드라마로 제작된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이내에 들어오면 알람을 울리는 앱(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는 상상력에 착안했다. 주연 배우는 떠오르는 로코퀸 김소현이 맡았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 자주 영화·드라마화 되는 장르가 웹툰인데, 이미 독자들을 통해 스토리를 검증받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좋아하면 울리는' 실사화 결정도 이런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한다. 연출은 로맨스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이나정 스튜디오드래곤 PD가 담당한다.
실사화 `좋아하면 울리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소현(가운데)과 연출자 이나정(오른쪽)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는 현실 로맨스를 표방한다. 판타지에 기댄 '좋아하면 울리는'과는 반대다. 흔히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로 불리는 비(非)연인 이성친구들 사이에서 연애 감정이 싹 트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진영, 정채연, 지수 등 신세대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김민서 작가가 집필하고, '용팔이' 오진석 감독이 연출한다.

◆ K콘텐츠 무장한 넷플릭스, 아시아 선점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을 필두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대전이 일어나는 가운데, 아직 아시아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역시 2018년 3분기 기준 약 1억3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지만, 아시아 가입자는 150만명 가량으로 전체의 1% 수준에 정체돼 있다고 닛케이가 보도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공략 역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향후 10여개월 동안 무려 17편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은 K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외에도 '미스터 션샤인', '뷰티 인사이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기존 인기 K드라마의 방영권을 적극 확보해나가고 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한국 예능과 드라마는 동남아시아권까지 사랑받는 콘텐츠가 많아서 이를 보유하고 해당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 아닐 때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넷플릭스의 K콘텐츠 구매에 깔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에 대해 걱정하는 주체도 많지만, 이런 자극이라도 없다면 국내의 불공정한 제작 환경과 악습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대다수 한국 제작사는 해외에서 소득을 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넷플릭스가 해외 시장에서 콘텐츠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학습이 더 필요하다. 충분한 학습이 이뤄진 후 계약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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