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태펀드의 자금을 받아 결성된 투자조합(펀드)은 동일기업에 금액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기업 한 곳에 펀드 전체 규모의 최대 20%까지만 투자를 허용해온 규제를 없애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에게 자금을 적시에 공급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KVIC)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규약'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투자조합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벤처투자는 우량기업에 투자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후행투자제한도 없앴다. 지금까지는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펀드는 기업에 투자한 이후 같은 기업에 추가 투자할 때 모태펀드를 포함한 펀드 출자자(LP)들로 구성된 총회를 통해 3분의 2이상 찬성할 때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LP에게 보고만 하면 투자가 가능하다.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투자기간도 폐지했다. 모태펀드가 출자해 VC들이 조성한 펀드는 일반적으로 존속기간은 7년, 투자기간은 4년이다. 즉 4년 동안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까지 완료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VC업계는 그동안 해외 VC등 전문 투자 회사들을 예로 들며 투자기간 한도 폐지를 요청해왔다. 한국벤처투자는 또 펀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 운용 시 발생하는 조합원 총회의결 사항을 줄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조합원총회를 소집해서 의결절차를 의무적으로 모두 거쳐야만 했다. 앞으로는 LP 지위 양도, 회수금 재투자, 회계감사인 선임 혹은 변경 등은 조합원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한국벤처투자는 펀드 운용사(GP)의 자율성을 강화해준 대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LP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LP간 이해상충여부와 GP의 대표펀드매니저 변경 등에 대해서는 자문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GP가 잘못해도 펀드 운용을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LP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운용 중단이 가능하다. 또 모든 LP가 동의하면 GP를 해임할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5월 '한국모태펀드 신규약 제정 포럼'을 발족하고 유니콘 기업 육성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결실이 이번에 새로 마련한 신규약"이라며 "신규 출자사업부터 신규약을 즉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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