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中과 경합` 철강·전기차·디스플레이 수혜
입력 2018-12-13 17:20  | 수정 2018-12-13 20:59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정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수혜 종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마련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중국 정부가 이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자재·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수혜 종목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방침이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13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43%, 3.6% 상승한 35만5000원과 21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포스코는 1.81% 오른 25만3500원, LG디스플레이는 5.19% 오른 1만8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2% 오른 2095.55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4거래일 만에 4845억원 규모 매수에 나서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발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였다. WSJ는 12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제조 2025 수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첨단 제조업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외국 기업들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서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는 비중을 2025년까지 7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하향 조정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첨단 산업이다. 외국 기업의 비중을 늘린다면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셈이다. 중국산 디스플레이 공급 증가로 실적 압박을 받던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상승한 점도 같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자국 제품의 부품을 얼마나 내재화하느냐가 관건이다. 70%였던 목표가 낮아진다면 한국 기업에는 긍정적"이라며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관세보다 기술이다. 중국이 후퇴한다는 시그널만으로 시장은 우호적으로 받아들였다. 중국 관련 게임주도 움직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악화된 중국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관련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일부 내주며 압박을 완화하고,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에 힘을 쏟아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철강은 중국이 인프라를 늘릴 경우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악화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만큼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철강·화학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전망으로만 미·중 관계가 개선됐다고 보고 투자에 나서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중국제조 2025 계획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변화가 생긴 것은 없고,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언제든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향후 세계 패권을 미국에서 갖고 오기 위해 추진하는 중점 정책이다. 중국으로서도 양보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미래 비전이다. 궁극적으로 패권 국가로 가기 위한 길이다.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며 "지금은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과정인 만큼, 양국 움직임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중국이 공표할 리도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편 반도체 업종도 중국제조 2025 수정의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관련주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11%, 1.06% 하락했다.
정보기술(IT)은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4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과 브로드컴, 인텔이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33%, 3.3%, 0.95% 상승하며 한국 반도체주 반등도 기대됐으나 실적 부담을 이기지는 못했다.
박 센터장은 "반도체주의 경우 이익 모멘텀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인이 IT섹터는 계속 매도하는 분위기"라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온다면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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