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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문우람 폭행사건, KBO의 단호한 조치를 기대한다
입력 2018-12-13 10:40  | 수정 2018-12-13 16:38
KBO는 문우람 폭행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해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판의 폭행과 구타 악습을 근절시킬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야구는 공과 글러브 방망이 등 장비를 사용하는 스포츠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폭행과 구타가 다른 종목에 비해 심각하게 자행됐다. 1970~1980년대에는 유망한 선수가 감독과 선배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폭행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사건도 여러 차례 있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로도 이런 악습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선배라는 이유로, 지도자라는 완장을 차고 자신보다 어리거나 힘없는 선수들을 괴롭혔다. 말이 프로구단이지 선수단 내부 행태를 들여다보면 조직폭력배 집단과 다를 게 없을 정도였다.
문우람 폭행 사건은 충격적이다. 가해자는 방망이로 문우람의 머리를 때렸다. 문우람은 뇌진탕 증세를 보여 한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이는 진료기록부에 그대로 기록돼 있으며, 넥센 구단도 시인한 팩트다.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맞으면 자칫 죽을 수도 있는 무자비한 폭행이다.
당시 폭행피해를 본 문우람이 경찰에 고소하지 않고 있다가 3년이 지난 지금 폭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 폭행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 하지만 야구방망이로 사람 머리를 때린 것은 특수폭행에 해당하여 형사처분 대상이다. 문우람이 사건을 확대하지 않은 건 넥센 구단의 집요한 회유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구단 내부 폭력사태가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넥센은 어떻게든 무마시키려 했다. 특히 가해자는 당시 팀의 주축선수였다. 폭행 사건을 알았으면 가장 먼저 진상조사를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징계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넥센 구단의 도리이거늘 그들은 은폐에만 혈안이 됐다.
문우람 폭로 이후 가해 선수에 대한 제보가 여럿 들어오고 있다. 문우람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도 있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넥센 구단의 태도를 보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가해자 이름을 확인하는 언론에 대고 절대 밝힐 수 없다. 그 사건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KBO가 넥센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다. 언론 보도에 마지못해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혹시라도 KBO가 이 사건을 대충 덮으려 한다면 큰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다. KBO 역시 문우람을 폭행한 가해자 그리고 넥센 구단과 함께 폭행 방조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로야구 출범 40년이 돼가고,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세계 최고에 다가서고 있지만, 스포츠계의 폭행과 구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성적지상주의가 만들어 놓은 적폐에다 그릇된 선후배 문화에서 비롯된 악습 중의 악습이다. KBO가 지금도 어디선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폭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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