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건설사업장 44%가 공사기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이 건설업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제도적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0일 '건설현장 실태조사를 통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이 건설업에 안착하기 위해서 별도의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건설사 3개사가 현재 수행 중인 건설사업의 전수조사 결과, 전체 109개 건설사업 중 48개 사업(44.0%, 토목사업 34개·건축사업 14개)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계약된 공사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하철 사업(11개 중 9개 사업 공기부족)과 철도 사업(14개 중 11개 사업 공기부족)은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발주자 유형별로는 63개 공공사업 중 26개(41.2%), 13개 민자사업 중 8개(40.6%), 32개 민간사업 중 14개(43.8%)가 근로시간 단축에 난색을 표했다.
공기 부족 현상은 현장 운영시간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산연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평균 주당 현장 운영시간은 60.0시간에서 57.3시간으로 2.7시간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최수영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기 부족이 예상되는 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발주자와 합의를 통한 계약변경"이라며 "공기 연장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공기 부족 사업의 약 45.8%(48개 중 22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에 계약변경에 따른 발주사와 하도급사간 갈등이 예상된다. 조사 결과, 토목사업 34개 중 11개(32.4%), 건축사업 14개 중 11개(78.6%)로 민간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축사업장(14개 중 12개 사업이 민간사업)에서 계약변경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건설업의 공사비 및 공사 기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보완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 지침'은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공사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고 관련한 계약변경에 대한 기본적 업무 원칙만 마련한 수준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현장의 공정관리를 위해선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한 근무시간 적용이 필요지만, 노측과의 합의 문제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공기부족사업이 탄력근로제를 2주 단위로 적용(48개 사업 중 35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현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 2주, 노사합의 3개월로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와 합의한 시점에서 계획한 3개월 단위의 근로자 업무가 변경될 경우 계획 변경 후 재합의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큰 건설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3개월 단위의 근로자 업무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탄력근로제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최 연구위원은 "주52시간 근무제의 효율적인 적용을 위해선 대상이 되는 공사를 계속공사와 신규공사,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한 신규사업의 공기 및 공사비 산정 기준과 유연한 현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탄력근로제 확대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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