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팔 걷어붙인 금감원…취약층 `빚 탕감` 나서
입력 2018-12-05 17:52  | 수정 2018-12-05 23:27
◆ 대부업 연체율 급등 ◆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취약한 차주(借主)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이들의 대출 원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채무조정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많게는 최대 원금의 45%까지 탕감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원금 감면과 기한이익 상실 시점 연장 등을 담은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윤석헌 금감원장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대출 원금 감면 대상은 기초수급자나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과 실업·폐업·질병 탓에 재무적 위기에 빠진 차주다. 금감원은 이들 차주가 원금 탕감을 요구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을 새롭게 은행 대출약관에 넣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 원금이 월소득의 35배를 넘으면 원금을 최대 45%까지 깎아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대출별로 1~2개월인 기한이익 상실 기한은 최대 3개월까지 늘린다. 기한이익은 채무자가 만기까지 채권자인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말한다. 다만 대출자가 원리금을 연체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권리가 사라져 만기 전에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단순히 원리금을 받아가는 것뿐 아니라 대출 잔액 전체에 연체금리를 부과하기 때문에 실제 채무자가 반납해야 하는 금액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현재 연체 후 2개월인 주택담보대출의 기한이익 상실 시점은 3개월로, 1개월인 신용대출과 새희망홀씨대출(연소득 낮은 직장인 전용 대출)은 2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취약 차주가 직접 금융사와 채무 조정을 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이를 중재해주는 제3의 중재·상담기관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영국·일본은 민간 신용 상담기구, 프랑스는 '과채무위원회'라는 공적기구가 채무자 입장에서 채권자와 대리로 협상해 채무를 조정하는데 이 모델을 국내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원금 탕감 카드까지 꺼내는 것은 대부업에서 시작된 취약 차주의 대출 부실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가 많은 은행권에도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특히 올 들어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급격히 뛴 것은 향후 은행 대출의 질을 악화시킬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실제로 나간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한 달 만에 최고 0.15%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 신용대출평균 금리가 연 4.5%에서 10월에는 5.02%로 뛰는 등 연초와 비교하면 최대 상승폭이 0.52%포인트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의 연체율은 안전한 수준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상환이 어려워지는 차주가 늘어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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