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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수교 “악역 전문 배우? 구수한 경상도 청년이 진짜 제 모습”
입력 2018-12-05 17:10  | 수정 2018-12-06 19:10
3년의 공백을 깨고 MBN ‘마성의 기쁨’과 tvN ‘백일의 낭군님’으로 시청자를 만난 정수교.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배우 정수교(31)는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다. 투박할 것 같지만 따뜻하고, 소탈한 듯 하지만 섬세하다.
그의 말마따나 마이너에서 꽤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듯한 인상, 그러나 그는 웬만하면 저보다 다들 선배”라며 ‘마성의 기쁨 촬영 때도 최진혁 송하윤씨가 절 보고 선배라 하더라”며 후일담을 전했다.
올 한해 정수교는 바빴다. 3년 공백 끝에 찾아온 달콤한 기회. 일주일에 두 번 시청자와 만났다. MBN ‘마성의 기쁨과 tvN ‘백일의 낭군님을 오가며 응집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악역이었다. ‘마성의 기쁨에선 주기쁨(송하윤 분)을 끝까지 괴롭히고 방해하는 악랄한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범주를, ‘백일의 낭군님에선 사채업자 ‘마칠을 맡아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분노 유발 악역으로 또 한번 존재감을 알렸지만, 그는 사람 냄새나는 구수한 시골청년이 진짜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며 ‘허허 웃었다.

Q. 두 작품(‘백일의 낭군님, ‘마성의 기쁨) 다 잘됐다.
모두 사랑받아 다행이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했고 비슷한 시기에 방송됐다. 어느 하나가 안됐으면 드러내놓고 기뻐하지 못했을 거다. 여름 내내 흘린 땀이 보답 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 있다.
Q.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나.
‘마성의 기쁨으로 느꼈다. 여의도 한 식당에 갔는데 일하는 이모님이 ‘안녕하세요 기쁨이 그만 괴롭히세요 하더라. 당시 제가 야구모자도 쓰고 있어 처음엔 누굴 보고 말하는지 헷갈렸다. 속으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감사했다.
Q. 소속사 대표이자 악역이었다. 연기하기 어땠나.
이런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나름대로 첫 접근법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던 것도 있다. 주변에 그런 대표를 본 적도 없다. 대본상 나이는 40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론 내가 30대잖나. 어렸을 때부터 새치가 많았는데 과거엔 그게 콤플렉스였다. 이번에 그걸 톡톡히 써먹었다. 새치커버를 하지 않고 감독님과 상의해 외형적으로 살렸다. 주변 형들에게 조언도 구해봤다. 한 형이 ‘10살 더 많아진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건 없다. 단,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 얘길 듣는 힘은 생기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 부분을 귀담아 들었다.
Q.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도 매니저 팀장 역할을 했다.
그러니까 성공한 거다. 기획사 대표가 된 거니까. 어깨를 많이 펴고 다녔다. 연기할 때 바로 안 서 있었다.(웃음) 그리고 완벽하게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마음 편하게 먹었다. 억지로 한 번에 바꾸려다 보니 감정표현이나 그런 게 안 되어서 움직이질 못하겠더라. 제 나름대로 생각한 건 ‘표투리(표준어+사투리)였다.
울산 사나이 정수교는 영화 ‘친구를 보고 배우를 꿈꿨고, ‘친구2로 배우로 데뷔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Q. 껌 씹는 것은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무게감 있고 포스 있는 기획사 대표가 아니라 생각했다. 껌은 건들거리고 비열한 쪽이다. 껌을 씹어보면서 대사를 하니 맛이 사는 것 같더라. 첫 촬영 리허설 때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크게 만족하셨다. 촬영 전엔 여러 개를 씹어보다 소리가 가장 많이 나는 것을 선택했다. 단, 화면에선 다른 사람의 대사가 들려야 하니 껌 씹는 소리를 맞추는 게 힘들었다.
Q. 왜 악역에 캐스팅 된다 생각하나.
눈빛 때문 같다. 일반적으로 선한 눈빛이 아닌 것 같다. 내 얼굴에 만족은 하는데 웃을 때나 무표정할 때 차이가 크다 생각한다.
Q. 촬영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나.
두 분(최진혁 송하윤)은 제 존재를 잘 모르더라. 얼핏 보니 '액면가'는 위인 것 같고. 저에게 연극을 오래하다 이쪽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나보더라. 그래서 바로 얘기했다. ‘제가 후배인 걸로 알고 있다. 말 편하게 하십시오 했다. 그랬더니 ‘아닙니다 하더라. 믿지 않은 거다. 3~4회가 지났을까. 그때 가서 편하게 다 얘기했다.(웃음)
Q. 연기를 좀 할 것 같은 이미지로 봐서 부담감은 없나
연기를 잘 할 것 같다고 봐주시는 분은 없다. ‘넌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웃음)
정수교는 경상도 사나이다. 울산 출신으로 영화 ‘친구를 보고 중2병에 걸려 배우를 꿈꿨다고 한다. 맨몸으로 서울에 올라와 친구 집에 얹혀살며 배우가 되고자 청사진을 그렸다.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일주일 만에 때려치우고 용인대 연극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1년 만에 영화 ‘친구2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영화 ‘빅매치 ‘쎄시봉 ‘오빠생각 ‘마스터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Q. 지방에서 배우를 꿈꾸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15살 때 ‘친구란 영화가 개봉했다. 요즘 말로 중2병 때였다. 통제 안되고. 그 영화가 경상도 남자에겐 절대적이었다. 유오성 선배가 하신 ‘준석이란 역할을 보고 처음 느껴본 감정을 느꼈다.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생각들.(웃음)
운동을 좋아해 체대 진학해 오디션을 볼까 했다. 그러나 실기에서 떨어졌다. 수줍음이 많았다. 연영과를 가거나 연기학원을 다닌다는 것엔 부끄러움이 있었다. 20살, 21살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그때 앞날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무얼 해야 재밌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당시 15살 때 마음이 떠오르더라. 무작정 가출해서 서울 친구 집에 얹혀 있다가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 해서 울산으로 다시 컴백했다. 이후 2008년 용인대 연극학과에 합격했다. 외부활동을 금지한 학교에서 4년 동안 단편영화에만 출연하다 대학 졸업 1년 후 영화 ‘친구2를 통해 데뷔했다.
Q. 20대 중반 연기를 시작했다.
느리다 생각 안한다. 연기학원은 일주일 다녔다. 연기에 대해 문외한이니 똑같은 연기를 했다. 어느 날 가르치는 분이 화를 내더라. 연출자분들이 디렉션을 주기 위해서 감정을 건드린 건데 것도 모르고 화가나서 ‘이건 아니다 하고 그만뒀다.(웃음)
Q. 다혈질인가. 실제성격은 어떤가.
무뚝뚝하진 않다. 말이 좀 많다. 낯가림도 있긴 한데 한번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본다. 작품으로 치면 ‘백일의 낭군님의 ‘마칠이 더 비슷했다. ‘마성의 기쁨의 김범수는 독단적이고 ‘마칠이보다는 듣는 귀가 없다.
Q. '마성의 기쁨' 김범수 역은 이해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제 안에도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너무 이해가 안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그런 부분도 물어봤다. ‘김범수가 이해 안된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줘 제 생각을 단순화시켰다.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순 없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다.
Q. 김우빈과 같은 소속사다. 여러 작품에 같이 출연했는데.
지금도 연락하고 있다. 우빈이는 동생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 의지도 되고 친구 같은 동생이다.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아팠을 때도 어두웠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소속사도 김우빈이 얘기해줘서 된 거다. 빨리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중 3때부터 친구였던 아내와는 8년 반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아내는 심적인 안식처이자 못 말리는 모니터 담당이기도 하다. 사진|강영국 기자
Q. 영화 ‘마스터 이후 2년 공백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었다. 와이프 출근시키고 집안 일 해놓고 종이 한장 꺼내놓고 ‘문제가 뭘까 쓰면서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 당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생각으로 많이 바뀌고 믿음으로 바뀌었다. 주인공 뿐 아니라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갖춰야 될 게 뭔지를 느꼈다. 배려인 것 같다. 본인들이 스케줄도 많고 장면도 많고 표현해야 할 것도 많은데 많은 배려가 있었다. ‘백일의 낭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구돌 역도 재미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리딩 갔을 때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자기 옷이 있구나 싶더라.
Q. 결혼을 일찍 했더라.
중3 때부터 친구였다. 22살 때부터 8년 반을 만나고 2016년 11월에 결혼했다. 결혼하니 확실히 심적으로도 안정된다. 연애할 때도 그렇고 경제적인 것을 와이프에게 부담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함은 있었지만. 와이프는 직장인이다.
Q. 와이프가 모니터를 해주나
저보고 ‘영화 보는 눈이 없다고 한다. 근데 ‘마성의 기쁨에서 김범수가 난리를 쳐도 귀엽다고 한다. 연기적인 조언도 해준다. 받아들이기도 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피 묻히고 그런 것에 대한 궁금증도 있는데 예전부터 갖고 있던 이미지는 순박한 시골청년이다. 자기 혼자 진지하고 남들은 비웃는데 자기 생각을 밀고나가는 뚝심 있는 청년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데,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너무 쉽게 접근할 것 같고 내 맘대로 하는 것 같으면 전체를 못 볼 것 같다. 반대로 살릴 수 있는 포인트는 확실하게 살리니 장점이긴 하다. 여러 가지 모습들이 저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고 본다. ‘나답다 너답지 않아 하는 것은 상대적인 모습일 뿐, 그래서 이런저런 역할 다 하고 싶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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