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개편 및 혜택 확대로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이동통신시장의 5G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는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고 유통채널을 넓히는 등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번호 이동을 한 고객은 56만 11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수준이다.
알뜰폰 가입자 이탈의 주된 배경은 이통 3사의 요금제 개편이 꼽힌다. 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부터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저가요금제를 내놓았다.
특히 이통 3사의 저가요금제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알뜰폰의 유일한 경쟁력마저 희석시켰다. 이통업계에선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알뜰폰 업계에겐 직격탄이다.
설상가상 이통 3사 5G 서비스 상용화도 알뜰폰 업계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당장 이통 3사가 제공하는 5G 서비스는 기업고객 대상 모바일 라우터에 국한된다. 하지만 내년 3월 5G 단말 출시로 일반 소비자에게 5G 서비스가 제공되면 알뜰폰 업계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서비스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통신으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4G 상용화 때도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 지정이 지연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1년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체들은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이며 가입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CJ헬로 실버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CJ헬로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청춘 반값' 요금제 5종을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헬로모바일의 스테디셀러 요금제 5종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평생 제공한다. 가격은 9000원대부터 2만 8000원대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헬로모바일은 지난 3일부터 롯데하이마트와 제휴해 온라인몰에서 'The착한데이터유심(10GB)'를 판매했다. 이 요금제는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다. 데이터 10GB를 기본 제공하고, 소진할 경우 매일 2GB를 추가로 제공한다. 헬로모바일은 프로모션을 통해 4만 9300원인 The착한데이터USIM(10GB) 요금제를 3만 3880원에 제공한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인스코비, 프리텔레콤도 최근 모닝글로리와 제휴로 문구 업계 최초로 알뜰폰 유심을 판매하고 모닝글로리 요금제 15종을 선보였다.
2200원 초저가부터 월 2만원대에 LTE 데이터를 15GB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까지 다양하다. 제휴카드(전월 실적 30만원 이상)를 사용할 경우 1만 1000원이 할인돼 기본료 1만 1000원 이하 요금제는 0원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대용량 데이터의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알뜰폰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만 않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업체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구조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제 살 깎아 먹기식'의 할인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알뜰폰 업체가 대체적으로 어렵지만 이통3사의 요금제 개편과 더불어 5G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힘 있는 대기업 계열사처럼 낮은 가격의 동일한 조건으로 상품을 내놓을 수 없는 중소업체들의 어려움도 상존한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을 등에 업은 알뜰폰 업체는 높은 자본력을 동원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출혈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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