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확산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의 높은 벽을 뚫으려면 현지 회사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알아르파 할리드 압둘라지즈(Alarfaj, Khalid Abdulaziz A) 아카리아한미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기업과 현지기업이 합작한 아카리아한미는 사우디에서 현지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아카리아한미는 국내 건설사업관리 기업인 한미글로벌이 사우디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아카리아와 합작 투자해 설립한 사우디 현지 법인이다. 아카리아가 지분 60%를, 한미글로벌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는 외국 기업과 합작한 경우 자국 기업 지분이 60% 이상이면 현지 기업으로 인정한다.
할리드 이사장의 발언은 최근 사우디·UAE 등 중동지역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각종 수주전에서 현지 기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상황을 합작사 설립이란 '우회로'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사우디는 현지 인력 비율이 30% 이상을 넘어야 하는 'IKTVA(In-Kingdom Total Value Add)'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UAE도 비슷한 제도인 'ICV(In-Country Value)'를 도입해 외국 기업들이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할리드 의장은 "어느 국가나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자국 기업에 맡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요즘 중동의 분위기에선 한국 회사 단독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운데 아카리아한미는 합작을 통해 사우디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카리아한미 설립은 한미글로벌 입장에서 중동 지역 공략을 위한 든든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올초 아카리아한미는 여의도의 약 2.4배인 698만8000㎡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메가 프로젝트인 '웨디안(Al Wedyan) 신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사업은 10년간 총 사업비 17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아카리아한미가 받을 수 있는 관리용역비만 900억~1000억원이 예상되는 규모다.
할리드 의장은 "아카리아한미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프로젝트를 연속 수주하고 있다"면서 "합작사의 경우 설립 첫해 이익을 거둘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당초 목표(4억원)로 잡은 금액의 3배 수준인 15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카리아한미는 향후 한미글로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동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중동 현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다른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할리드 의장은 "한미글로벌의 노하우와 인력 풀을 아카리아의 건설 사업에 결합하는 형태의 협업은 현지 시장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아카리아는 한미글로벌은 물론 다양한 한국 기업과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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