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이 물씬해서 신나는 무대였다.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가진 지오디(god)는 '원조 아이돌로서 멋진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을 덜어냈다. 그 대신 현 유튜브 세대가 친숙하게 느낄 법한 키치(kitsch)한 요소를 대거 도입함으로써 시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세대 아이돌 중 유독 지오디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결이 드러난 콘서트였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지오디가 '그레이티스트(Greatest)'란 제목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1999년 데뷔한 지오디의 20주년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최됐다.
1만장에 달하는 티켓은 지난 10월 오픈 10분 만에 매진돼 공연장은 지오디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물들었다. 지오디가 데뷔했을 당시 10대였던 팬들은 이제 20·30대로 구매력을 갖춰 3만3000원에 달하는 응원봉을 사기 위해 긴 줄을 드리웠다.
첫 무대는 4집 타이틀곡 '길'이었다.
러닝머신 위에 오른 채 등장한 멤버들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난 걸어가고 있네"라는 가사에 맞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걸으며 노래했다. 노랫말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무대 구성이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었지만,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오프닝 무대를 구상했다는 윤계상(40)은 "각자의 길을 걷어갈 수도, 또 함께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외의 무대 연출에서도 B급 감성이 도드라졌다. 자막은 요즘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예능 프로그램의 그것처럼 화려하게 쓰였다.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가사가 스크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157만 구독자를 보유한 박준형(49)의 유튜브 채널 '와썹맨'을 보는 듯한 무대 영상이었다. 전체 공연 연출을 담당한 멤버 손호영(38)은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직간접적으로 익힌 무대 연출 감각을 과시했다.
앙코르 무대까지 포함해 22곡을 부르는 동안 20여 곡이 전국민적 히트곡이었다. '보통날' '애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까지 2000년대 초반 가요 차트를 휩쓸었던 노래로 가득했다. 김태우(37)는 "오늘 우리가 부르는 히트곡이 20곡 정도인데, 팬이 아니더라고 많이 알고 있는 노래"라며 "우리는 20년 동안 1년에 한 곡씩 히트곡을 만든 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들은 활동 최전성기였던 3·4집을 각각 170만장 넘게 팔며 '국민 그룹'으로 불렸다.
정병욱 음악 평론가는 "지오디는 어린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돌 팬문화를 대중화해 전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들의 적극적 방송 출연, 친숙한 이미지, 멜로디 중심의 노래와 여러 주제를 포괄하는 범세대적인 가사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국민 그룹으로서 지닌 인기를 방증하듯 팬클럽 외에도 다양한 관객이 눈에 띄었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1세대 아이돌 에이치오티(H.O.T.)나 젝스키스 콘서트와 다른 점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온 성민지 씨(29)는 "열성 팬까지는 아니었다"면서 "그 시대 음악을 추억하러 왔다"고 말했다. 물론 재결합 이후 모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골수팬도 여럿 보였다. 원윤지 씨(30)는 "같이 온 내 친동생, 그리고 동생의 친구와 함께 16년 넘게 팬"이라며 "2014년 재결합 이후 콘서트를 전부 다 봤다"고 했다.
지오디는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를 끝으로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약 10년 동안의 공백기 끝에 2014년 돌아와 1990년대 결성된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데니안(40)은 "내년이면 우리 지오디가 스무살이 되는데, 내 인생의 절반을 멤버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일산 숙소에서 고생할 때는 우리가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 제 온몸을 다 바쳐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서울 공연을 마친 지오디는 오는 22일 부산, 25일 대구 공연을 이어가며 내년엔 20주년 음반을 발매한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30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지오디가 '그레이티스트(Greatest)'란 제목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1999년 데뷔한 지오디의 20주년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최됐다.
1만장에 달하는 티켓은 지난 10월 오픈 10분 만에 매진돼 공연장은 지오디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물들었다. 지오디가 데뷔했을 당시 10대였던 팬들은 이제 20·30대로 구매력을 갖춰 3만3000원에 달하는 응원봉을 사기 위해 긴 줄을 드리웠다.
첫 무대는 4집 타이틀곡 '길'이었다.
러닝머신 위에 오른 채 등장한 멤버들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난 걸어가고 있네"라는 가사에 맞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걸으며 노래했다. 노랫말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무대 구성이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었지만,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오프닝 무대를 구상했다는 윤계상(40)은 "각자의 길을 걷어갈 수도, 또 함께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외의 무대 연출에서도 B급 감성이 도드라졌다. 자막은 요즘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예능 프로그램의 그것처럼 화려하게 쓰였다.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가사가 스크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157만 구독자를 보유한 박준형(49)의 유튜브 채널 '와썹맨'을 보는 듯한 무대 영상이었다. 전체 공연 연출을 담당한 멤버 손호영(38)은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직간접적으로 익힌 무대 연출 감각을 과시했다.
앙코르 무대까지 포함해 22곡을 부르는 동안 20여 곡이 전국민적 히트곡이었다. '보통날' '애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까지 2000년대 초반 가요 차트를 휩쓸었던 노래로 가득했다. 김태우(37)는 "오늘 우리가 부르는 히트곡이 20곡 정도인데, 팬이 아니더라고 많이 알고 있는 노래"라며 "우리는 20년 동안 1년에 한 곡씩 히트곡을 만든 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들은 활동 최전성기였던 3·4집을 각각 170만장 넘게 팔며 '국민 그룹'으로 불렸다.
정병욱 음악 평론가는 "지오디는 어린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돌 팬문화를 대중화해 전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들의 적극적 방송 출연, 친숙한 이미지, 멜로디 중심의 노래와 여러 주제를 포괄하는 범세대적인 가사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국민 그룹으로서 지닌 인기를 방증하듯 팬클럽 외에도 다양한 관객이 눈에 띄었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1세대 아이돌 에이치오티(H.O.T.)나 젝스키스 콘서트와 다른 점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온 성민지 씨(29)는 "열성 팬까지는 아니었다"면서 "그 시대 음악을 추억하러 왔다"고 말했다. 물론 재결합 이후 모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골수팬도 여럿 보였다. 원윤지 씨(30)는 "같이 온 내 친동생, 그리고 동생의 친구와 함께 16년 넘게 팬"이라며 "2014년 재결합 이후 콘서트를 전부 다 봤다"고 했다.
지오디는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를 끝으로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약 10년 동안의 공백기 끝에 2014년 돌아와 1990년대 결성된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데니안(40)은 "내년이면 우리 지오디가 스무살이 되는데, 내 인생의 절반을 멤버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일산 숙소에서 고생할 때는 우리가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 제 온몸을 다 바쳐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서울 공연을 마친 지오디는 오는 22일 부산, 25일 대구 공연을 이어가며 내년엔 20주년 음반을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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