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커튼콜]god 20주년 콘서트, 원조 `국민그룹`의 위엄을 보다
입력 2018-12-01 09:32 
그룹 god. 제공|싸이더스HQ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추억은, 적어도 그 추억을 함께 나눈 이들에게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듯, 그룹의 삶 역시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아름다운 추억을 훼손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실망시키지 않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
god가 걸어온 20년이라는 긴 세월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데뷔 전 그리고 데뷔 초반 배 곯을 정도로 고생하던 시절을 딛고 명실상부 '국민그룹'으로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시기도 있었지만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2005년 팀이 사실상 해체되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god의 시간은 잠시 멈춘 채 박준형, 손호영, 데니안, 윤계상, 김태우 개인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2014년 전격 재결합한 이들은 다시 우직하게 걷고 있다.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god만의 감성으로, 다시 맞잡은 손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돌아온 god 앞엔 god를 뜨겁게 사랑했던 팬들(Fan god)도 함께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걸음은 어느덧 데뷔 20주년 바로 앞까지 다다랐고, 이를 기념해 god는 팬들 앞에 나섰다.
god는 30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주년 콘서트 'god 20th Anniversary Concert 'GREATEST''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1999년 1월 13일 정규 앨범 'Chapter One'으로 데뷔, 올해로 20년차 그룹인 이들은 스무번째 생일을 한 달 여 앞두고 팬들에게 따뜻한 음악 선물을 건넸다.

god는 오프닝 '길'을 시작으로 '보통날', '다시', '편지', '애수' 등 히트곡 퍼레이드를 이어가며 초반부터 공연을 뜨겁게 달궜다. 선보이는 곡마다 당대를 풍미했던 메가톤급 히트곡이라 관객들은 god의 라이브와 함께 떼창을 이어갔다.
김태우는 "20주년이 한달 반 정도 남았다. 20주년을 맞아 2년 만에 뵙게 됐다"며 "피케팅에 성공하신 분들 너무나 감사드린다. 꽉 채워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콘서트 타이틀 'GREATEST'에 대해 총 연출을 맡은 손호영은 "여러분들과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함께 나눠볼까 했다. 우리만이 그레이티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그레이티스트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해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룹 god. 제공|싸이더스HQ
재간 넘치는 멘트에 이어 공연은 '프라이데이 나잇'과 '관찰'로 이어졌다. 객석은 '불금'을 맞아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흥에 넘친 관객들은 대거 기립, god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웃픈 노래'에 이어진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무대에서 이날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팬덤을 넘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god의 불멸의 히트곡인 만큼 어느 곡보다 더 뜨거운 호응이 쏟아졌다. 흔한 '떼창'을 넘어 god와 일심동체가 된 팬들의 합창에 데니안 등 멤버들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이어진 '거짓말' 역시 마찬가지. 멤버들은 플로팅 무대를 통해 넓은 공연장을 날아다니며 열창을 이어갔고, 마치 공연의 피날레를 보는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짓말'에 이어 무대에 남은 윤계상은 "나 때문에 무대에서 못 하는 노래가 생겼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그 소중한 노래를 오늘 이 자리에서 특별히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과거 자신의 탈퇴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2♡'를 소개했다. 윤계상은 "내 소원이 god 콘서트 보는 것"이라 너스레 떨었고, 그를 제외한 박준형, 손호영, 데니안, 김태우는 최선의 열창으로 감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에 이어 god는 윤계상까지 함께 2014년 발표한 재결합 곡 '미운 오리 새끼'를 선보이며 변함 없는 god 감성을 증명했다. 김태우는 "4명에서 5명이 되는 변천사를 보여줬는데 좀 뭉클했다. '미운 오리 새끼' 전주를 들으면 다 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말했다.
god의 20년의 여정 중 최고의 순간도 언급했다. 김태우는 "(데뷔 프로그램인) '한밤의 TV연예'의 순간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꿨던 것을 실현한 첫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 때 내가 노래할 때 되게 멋있게 나오는 줄 알았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며 "너무 찬란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손호영은 김태우의 합류로 god 다섯 명이 뭉친 1998년 7월 21일을 꼽았으며, 윤계상과 데니안은 2014년 재결합 콘서트를 꼽았다. 데니안은 "2014년 컴백 첫 콘서트 때 무대 위 LED판이 올라가 여러분을 딱 마주한 그 순간, 눈물이 펑펑 났고 이후 앙코르 콘서트로 주경기장 무대에 섰을 때 또 눈물이 쏟아졌다"고 잊지 못할 순간을 떠올렸다.
그룹 god. 제공|싸이더스HQ
박준형은 god 데뷔 전 연습생 시절 현 멤버들과 고생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인데 내가 (맏형으로서) 너무 고생시켜 부모님께도, 동생들에게도 미안했다. 돈이 정말 없었는데, 데뷔 앨범이 나왔을 때도 좋았지만 어쩌다 수입이 생겨 일산(당시 숙소)에서 강남역 타워레코드까지 가서 헤드폰 끼고 공짜로 음악 들으며 서너시간씩 놀 때, 동생들에게 기쁨을 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최근 발표한 20주년 기념 앨범 선공개곡 '눈이 내린다' 무대가 최초로 공개됐다. 김태우는 "형들과 재미있게 작업한 노래다. 지금도 그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여러분들께 미리 들려드린 노래를 이 자리에서 처음 부른다"고 전했다.
공연은 ‘니가 필요해, ‘니가 있어야 할 곳으로 이어지며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폭죽이 쉴 새 없이 터졌고 멤버들은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이후 '0%', '하늘색 약속', '촛불하나', '하늘색 풍선'으로 이어지며 팬들과 뜨거운 교감을 이어갔다.
공연 말미 손호영은 "숨이 다할 때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오랜시간 동안 우리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고맙다"고 인사했다. 박준형은 "한국나이로 50세가 되어 또 이 말을 한다. 멤버들이 내 나이가 될 때도 춤 추고 노래할 수 있다면 나도 하겠다. 지기 싫어서 더 몸을 힘들게 한다. 그래야 오래 함께 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또 팬들에게는 "여러분들이 내 자랑이자, 힘이고 여기 있을 수 있는 이유다. god가 있기에 우리 각자 솔로로도 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데니안은 "제가 올해 마흔하나다. 내년이면 god가 스무 살이 되는데 인생의 반을 멤버, 여러분들과 함께 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저희가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꿨는데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앞으로도 저희 god와 계속 이렇게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계상 역시 "앞으로 20년 더 사랑해달라"며 빙긋 웃었다.
god 20주년 콘서트 서울 공연은 12월 2일까지 3일간 펼쳐진다. 서울에 이어 공연은 12월 22일 부산 벡스코, 25일 대구로 이어진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